위클리비즈

치마는 짧고, 시간은 더 짧다

Analysis 윤형준 기자
입력 2014.04.05 03:05 수정 2014.04.05 03:28

위비 라운지 日 저가 항공사 '스카이마크'의 노이즈 마케팅 short로 논란 일으키는 데 성공 경영난 항공사, 딱 6개월 동안만 女승무원 초미니스커트 입히기로 노조 "성희롱 가능성" 반발했지만 오히려 고객 늘어… 예약도 호조 美 '후터스 항공'도 짧은 유니폼 시도 본질적인 욕구를 건드리며 시선 끌어

일본 저가 항공사 스카이마크의 초미니스커트 유니폼. 치마 길이는 무릎 위로 15㎝ 정도다. 스카이마크는 올해 5월 말부터 딱 6개월 동안 이 유니폼을 선보이기로 했다. /스카이마크 제공
"딱 6개월간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당신의 비행을 책임진다."

일본의 저가 항공사 '스카이마크' 사(社)가 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A-330의 취항을 기념해 5월 말부터 하네다-후쿠오카 노선 여성 승무원에게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릎 위 15㎝까지 올라가는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이 사진으로 공개되자 일본의 항공노동조합 승무원연합회는 "속옷이 노출될 정도로 지나치게 짧다"며 "일부 승객이 휴대폰으로 치마 속을 촬영할 수 있는 등 성희롱의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더욱 독특한 점은, 이 항공사가 초미니스커트 이벤트를 6개월 동안 '기간 한정'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술집 후터스(Hooters)를 본뜬 섹시 마케팅에다 일본에서 일반화된 기간 한정 마케팅을 버무린 것이다. 후터스는 여성 종업원들이 허벅지가 전부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에 가슴만 겨우 가린 탱크톱을 입고 서빙하는 맥줏집이다.

신이치 니시쿠보 사장은 "최근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이 같은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스카이마크는 1996년 탄생한 일본 최초의 저가 항공사다. 기존 항공사보다 약 40% 저렴한 운임을 내걸면서 일본 항공업계 1, 2위인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도 달성하지 못한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최근 경쟁에서 밀려서 5년 만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스카이마크의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은 대표적인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방법 가운데 하나다. 상품의 품질과는 상관없이 논란거리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왜 노이즈 마케팅을 사용할까.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는 성과 공격성인데, 인간의 이성은 이런 욕구가 표출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한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는 인간 욕구를 대리 충족해 주기 때문에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후터스항공 승무원이 짧은 반바지에 탱크톱만 입은 특유의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에게 음료를 나눠주고 있다. 후터스항공은 2006년 유가 급등 등의 이유로 파산했다./Getty images 멀티비츠
승무원에게 섹시한 유니폼을 입히는 시도를 한 건 스카이마크가 처음이 아니다. 섹시 마케팅의 원조격인 레스토랑 후터스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후터스 항공(Hooters Air)'을 설립하고 17개 노선을 운영했다. 객실 승무원 중 2명은 후터스 특유의 유니폼을 그대로 가져다 입혔다. 당시 다른 저가 항공사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비스를 줄였지만, 후터스 항공은 비행시간이 1시간을 넘는 모든 항공편에서 식사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기간 한정 마케팅은 소비자가 제품에 동경심을 갖도록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예를 들어 한강 유람선은 재밌는 볼거리지만, 서울 시민 중 일부러 시간을 내서 타러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만약 한강이 오염돼 한 달 뒤 유람선 서비스가 없어진다고 하면 어떻게든 타보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홍성태 교수는 "어떤 행동에 대해 자유를 제한당하는 경우 심리적 반발감이 생겨 그 행동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며 "명품이 가치 있는 이유도 '흔치 않다'는 점 때문에 소유할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카이마크는 지난 1일 요나고에서 하네다 등 새로운 3개 노선 운행을 기념 삼아 '하루 한정'으로 초미니스커트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본격적으로 초미니스커트 유니폼이 등장할, 5월 말 이후 스카이마크의 하네다-후쿠오카 노선 예약은 벌써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케팅 전략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서비스가 종료되는 올해 말쯤 판가름 나겠지만, 논란을 불렀다는 점에서 일단 노이즈 마케팅에는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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