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오다 노부나가 빼닮은 손정의의 경영 전략

Analysis 최원석 기자
입력 2013.12.14 03:07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과 오다 노부나가의 싸움.'

일본 통신시장에서 1위 업체 NTT도코모와 그 턱밑까지 쫓아온 2위 업체 소프트뱅크의 격돌을 관전하는 일본 언론들의 평가다.

이런 관전평은 작년 말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이 인터뷰 중 던진 말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신겐은 가이노구니(甲斐�·지금의 도쿄 근처 야마나시현)에서 세를 모을 때 주변의 모든 영주국들과 싸워 영토를 확장해 나갔지만, 노부나가는 오와리구니(尾張國·지금의 나고야)에서 권력의 중심지 교토(京都)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놓인 영주국들 하고만 싸웠다. 선 위에 놓인 곳 이외의 세력과는 싸움을 피하고 제휴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손정의 자신이 신겐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손 사장은 최근 거침없는 해외 IT 기업 인수로 일본은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 하반기에만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매입액 규모 22조원), 미국 휴대폰 유통업체 브라이트스타(1.3조원),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수퍼셀(1.7조원)을 사들였다. IT 혁신기업군을 일궈 세계를 제패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일직선을 긋고, 그 길을 트기 위해 꼭 필요한 영토(기업)는 전투력(인수자금)을 총동원해 차지해 나가는 전략이다.

애플에 적극적으로 '구애', 5년 전 일본에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단숨에 일본 통신시장 강자로 뛰어오른 것도 '일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세력과는 제휴한다는 노부나가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NTT도코모의 시가총액을 넘었고, 지난달엔 그 차이를 1.5배로 벌리며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일본 최초의 IT기업이 됐다.

반면 NTT도코모의 M&A 행보는 다케다 신겐을 보는 듯하다. 2009년 TV홈쇼핑업체 오크론마케팅, 작년 CD·DVD 판매업체 타워레코드, 야채 택배업체 래디시보야에 이어, 최근엔 프랜차이즈 요리교실 ABC 쿠킹스튜디오까지 사들였다. NTT도코모가 무를 팔고 요리교실까지 거느리게 된 것은 '2015년까지 이동통신 이외의 사업에서 1조엔(10조원) 매출을 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 마치 주변의 모든 영주국을 쳐서 복속시켜 나가던 신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역사에서는 노부나가가 병력이 우세한 신겐을 이겼다. 이번에도 같은 역사가 되풀이될까, 아니면 다른 역사가 쓰일까?

화제의 Analysis 뉴스

넌, 씹니? 난, 마셔
'식전에 아몬드 먹으면 복부 체지방 크게 감소' 음료 칼로리는 우유의 3분의 1··· 2030 열광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도이체방크 파산설, 티센크루프 철강 매각설…
중국 심해 무인 잠수정 '풍덩'… 소음 작아 음향 탐지도 무용지물, 군사용으로도 주목
직원들이 일에 잘 몰입하지 않는다? 팀 소속감과 리더에 대한 신뢰를 높여라

오늘의 WEEKLY BIZ

알립니다
아들을 죽여 人肉 맛보게한 신하를 중용한 임금, 훗날…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유럽 기업 빈부격차 줄이려면 '범유럽 주식형 펀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 위험 무릅쓰고 직장에 복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