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시장에서 1위 업체 NTT도코모와 그 턱밑까지 쫓아온 2위 업체 소프트뱅크의 격돌을 관전하는 일본 언론들의 평가다.
이런 관전평은 작년 말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이 인터뷰 중 던진 말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신겐은 가이노구니(甲斐�·지금의 도쿄 근처 야마나시현)에서 세를 모을 때 주변의 모든 영주국들과 싸워 영토를 확장해 나갔지만, 노부나가는 오와리구니(尾張國·지금의 나고야)에서 권력의 중심지 교토(京都)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 위에 놓인 영주국들 하고만 싸웠다. 선 위에 놓인 곳 이외의 세력과는 싸움을 피하고 제휴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손정의 자신이 신겐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손 사장은 최근 거침없는 해외 IT 기업 인수로 일본은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 하반기에만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매입액 규모 22조원), 미국 휴대폰 유통업체 브라이트스타(1.3조원),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수퍼셀(1.7조원)을 사들였다. IT 혁신기업군을 일궈 세계를 제패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일직선을 긋고, 그 길을 트기 위해 꼭 필요한 영토(기업)는 전투력(인수자금)을 총동원해 차지해 나가는 전략이다.
애플에 적극적으로 '구애', 5년 전 일본에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단숨에 일본 통신시장 강자로 뛰어오른 것도 '일직선' 위에 있지 않은 세력과는 제휴한다는 노부나가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NTT도코모의 시가총액을 넘었고, 지난달엔 그 차이를 1.5배로 벌리며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일본 최초의 IT기업이 됐다.
반면 NTT도코모의 M&A 행보는 다케다 신겐을 보는 듯하다. 2009년 TV홈쇼핑업체 오크론마케팅, 작년 CD·DVD 판매업체 타워레코드, 야채 택배업체 래디시보야에 이어, 최근엔 프랜차이즈 요리교실 ABC 쿠킹스튜디오까지 사들였다. NTT도코모가 무를 팔고 요리교실까지 거느리게 된 것은 '2015년까지 이동통신 이외의 사업에서 1조엔(10조원) 매출을 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 마치 주변의 모든 영주국을 쳐서 복속시켜 나가던 신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역사에서는 노부나가가 병력이 우세한 신겐을 이겼다. 이번에도 같은 역사가 되풀이될까, 아니면 다른 역사가 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