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발전은 '자본주의 길을 가면서도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는 세계 최대 광고판이 됐다."(스테판 핼퍼·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중국식 모델은 러시아나 이란의 권위주의와는 또 다른 '별종'이다."(프랜시스 후쿠야마·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30년 넘게 지속되는 중국 경제의 고속 질주와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중국 안팎에서 한창이다. 이런 논의들의 정점에는 2004년 미국 저널리스트인 조슈아 레이모(Ramo)가 제기한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를 시발점으로 진화한 '중국식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식 모델'은 공산당 일당(一黨) 통치로 대변되는 국가 주도형 시장경제 체제가 중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그 효용과 위력이 재입증됐다는 게 요지이다.
'중국식 모델'은 내부적으로는 공산당 독재라는 통제형 정치 체제와 국유 기업과 사영 기업, 계획 경제와 시장경제가 혼합돼 운용되는 혼합경제 체제이고, 대외적으로는 내정 불간섭과 호혜 평등을 표방한다.
논쟁은 중국 내부에서도 뜨겁다. "중국식 모델은 서방의 경험과 대립하는 것으로, 중국의 성공은 서방의 보편적 가치를 해체한 결과"(판웨이·潘維·베이징대 교수)라는 긍정론과 "중국식 모델이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은 반(半)통제, 반(半)시장 상태로 철저한 정치·경제 체제 개혁이 심화돼야 한다"(우징롄·吳敬璉·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고급연구원)는 부정론이 팽팽하다.
찬성론자들은 중국 모델이 중국을 넘어 개발도상국가들의 새로운 대안적 경제 발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경제의 성공은 워싱턴 컨센서스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중국 모델은 동아시아 모델의 일종일 뿐"이라는 반박도 거세다.
요즘 중국 경제 기류는 중국 정부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유지해온 '바오바(保八·연간 8% 성장률 목표)' 정책을 최근 스스로 포기할 만큼 심상찮다. 여기에다 올 하반기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최고 지도부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차기 정권의 경제정책 향방을 둘러싼 '중국식 모델' 논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Weekly BIZ는 중국 경제가 서방식 자유경제 모델(워싱턴 컨센서스)을 따라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천즈우(陳志武) 미국 예일대 종신교수와 중국식 모델(베이징 컨센서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정신리(鄭新立) 전(前)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을 각각 만났다. [낙관론 펴는 정신리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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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시경제 조정과 시장의 활력을 결합한 '중국식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잠재력만 잘 끌어낸다면 앞으로 20년간 고도성장은 문제없다."
정신리(鄭新立·67)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상무부이사장은 이달 2일 베이징 시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식 모델은 서방의 자유시장 모델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이 지난 33년간의 고도성장을 통해 입증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했고, 중국이 국유기업 개혁을 포함한 시장경제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세계은행의 '중국 2030' 보고서에 대해서는 "표피적인 분석이 많다"고 했다.
―중국 경제가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많다. 국가 주도형 시장경제로 요약되는 소위 '중국식 모델'은 여전히 유효한가.
"중국은 지난 33년간 연평균 9.9%의 고속 성장을 했다. 이런 큰 나라가 30년 이상 고도성장을 했다면 그 경험은 상당히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중국식 모델 논쟁의 핵심은 (국가의) 경제 통제와 시장경제 간 관계에 관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도 각각 30년, 20년 고속 성장을 하면서 정부 주도형 경제 성장을 했다. 우리는 먼저 일본으로부터, 1992년 수교 후에는 한국에서 경제 발전 모델을 배웠다. 서방에서는 과거 이런 정부 주도형의 아시아 모델을 얕봤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시아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식 모델이 유효한지는 실천을 통해 답할 문제이다."
그는 또 "동아시아의 지혜는 정부의 개입과 시장의 활력을 결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손(visible hand·정부)'과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시장)'이 모두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 중심적인 서구식 경제 발전 모델이 중국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올 2월 말 발표한 '중국 2030'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시장 간섭 중단과 국유기업 개혁 등을 제안하며 '중국식 모델'에 일대 수정을 요구했다.
"그 보고서는 핵심에 도달하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 노동력 감소, 사회 양극화, 환경문제, 글로벌 임밸런스 등 세계은행이 지적한 문제도 있지만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는 투자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소비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7조위안인데 이 중 투자가 31조위안(66%)이다. 2010년 소비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8%까지 떨어졌다. 투자가 과도하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이어지고, 생산 능력 과잉은 대출자금 회수난을 가중시켜 금융 부실을 부를 수 있다. 서비스산업 비중도 너무 낮다. 한국은 전체 취업인구의 60~70%가 서비스업에 종사하지만 중국은 34%에 불과하다. 노동·자원집약형 산업을 지식·기술집약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문제, 도·농 통합을 통해 일체화된 시장을 창출하는 과제,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의 효율적인 관리 등도 있다. 이런 문제가 주요 과제이며,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과제들은 그다음에 해결할 일들이다."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지혜는 정부 개입·시장 활력 결합한 것 1인당 GDP 1만7000달러까지는 韓日처럼 고도 성장 계속 가능 中, 올해도 9% 가까운 성장할 것
―국유기업 개혁론은 어떻게 보나.
"국유기업과 국유은행을 개혁해야 하는 것은 맞다. 국유기업이 문제인 것은 지나치게 자본집약형이라는 점이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石油化工·Sinopec) 같은 국영회사는 GDP 성장으로 이윤은 급증하고 있으나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소비와 일자리를 증가시키려면 민영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민영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자금 공급이 중요한데, 국유은행 체제를 개혁해 민간 자본을 제도권 금융 내로 끌어와야 한다. 다만 은행 하나만이 아니라 지방의 금융 감독체제 강화, 예금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전면적인 금융제도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중국식 모델'에 따라 경제가 크게 성장했지만 빈부 격차 같은 사회적 모순이 커졌다. 정치 개혁 욕구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정치적 모순은 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도 1980~90년대 학생 시위가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지 않았나. 올리브형(타원형) 계층구조가 만들어져야 사회가 안정된다. 지금 중국은 중산층이 너무 적다. 2020년이 되면 연간 소득 6만~20만위안인 중산층 비중이 5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사회적 모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우리는 해결할 능력이 있다."
―중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서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경험으로 보면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7000달러 정도가 되면 고도성장이 끝날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5400달러니까 20년은 여지가 있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잠재력은 7억명에 달하는 농촌 인구라고 본다. 중국의 1인당 경지면적은 미국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더 많은 인구가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의 2·3차 산업에 유입돼야 한다. 우리는 2030년까지 2억명 이상이 도시로 들어올 것으로 본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은행 보고서가 '중국이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쓴 것은 허상(虛像)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낮춰 경제 경착륙 우려가 나온다.
"7.5%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다. 성장 속도만 강조하지 말고 구조조정과 발전 방식의 전환에 더 힘을 쏟으라는 뜻이다. 올해 권력이 교체되는 18차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각 지방 정부가 뭔가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올해도 9% 가까운 성장을 할 것이다."
>>정신리(鄭新立)는 1945년 허난(河南)성 생. 베이징강철학원 졸업 후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중국의 제8~11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초안 기초에 참여, 중국 내 대표적인 경제기획통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대·중앙재경대·중국사회과학원 교수를 겸하고 있다.
[중국발 위기 경고하는 천즈우 예일대 교수]
신화통신
천즈우(陳志武·59) 교수는 2010년 미국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4~5년 내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후 2년이 흘렀다. 중국발(發) 위기 시간표가 2~3년 앞으로 다가온 걸까? 회의 참석차 중국을 찾은 천 교수를 지난달 26일 베이징 우저우(五洲) 크라운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2년 전 견해에 변함이 없나? "그렇다. 중국을 2주째 방문 중인데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 목표를 연 8%에서 7.5%로 낮춘 것이 핫이슈였다. 이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중국 정책 당국조차 현재 중국식 성장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중국 지방 정부 부채를 특히 우려했었는데. "그 역시 더 악화됐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지방 정부 부채는 10조위안 내외지만 개인적으로 최소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최근 중국 지방 정부 관리들과 만나 얘기하면서 대도시 한 곳이 5000억위안, 성(省) 하나가 평균 1조위안씩 부채가 있음을 알았다. 전체적으로 30조위안이 넘는 규모로 대부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 지방 정부가 도로, 주요 개발 프로젝트를 하면서 빌린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그로 인해 지방 경제가 위축된다면 지방 정부의 돈줄이 마르고, 정부가 은행 등에서 빌린 대출을 못 갚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 지방 정부 부도, 경제 경착륙이라는 시나리오는 수년 전부터 나왔으나 현실화하지 않았고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효과를 봤다. 외부 세계에서 제공되는 기회, 즉 서양의 기술과 수요라는 두 축으로 잘 굴러왔다. 국영 기업도, 민영 기업도 돈을 벌었고 정부 세수도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영 기업, 지방 정부가 실수해도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또 한 번 경기 후퇴가 왔을 때 중국 기업이, 중국 경제가 진짜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지난해 9.2%나 성장했다. '중국식 모델은 없다'는 당신 비판의 설득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한국·대만 그리고 일본의 초기 경제 성장 모델과 비슷하다. 정부가 자원 배분을 결정하고, 은행을 통해 돈까지 빌려준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특별한 게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민간을 대신해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배분하는 모델은 비효율을 낳고 실패한다는 점이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동아시아 경제 성장 모델, 정부 주도 경제의 실패를 보여줬다. 중국에서는 아직 그런 위기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정부 주도 모델이) 몇십년 정도 계속될 수 있겠지만 이 마법이 계속될 수는 없다. 중국의 경우 5년 안에 여러 문제가 표출될 것으로 본다. 어떤 나라도 이 경제학 법칙을 영원히 비켜 갈 수는 없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더 악화 공식발표 10조위안의 3배 넘어 경기후퇴 오면 버티기 힘들 것 정부 주도 경제는 비효율 낳아 누구도 경제학 법칙 피할 수 없어
―당신은 중국식 모델을 비판하면서 의회민주주의와 민영 기업이 주도하는 인도 경제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인도보다 중국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인도의 정부 부채가 중국보다 더 많기는 하다. 의회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처럼 정부가 마음대로 세금을 거둬들일 수도 없고, 세수원이 되는 국영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고, 많은 세금을 거두고, 민간을 대신해 투자한다. 계획경제 시기에 소련 같은 다른 사회주의의 경험이 보여주듯 정부가 나서는 투자의 특징은 비효율성, 낮은 투자율이다. 반면 인도는 정부가 돈을 민간 부문으로 돌리고, 이들로 하여금 경제 성장의 파이를 키우도록 한다. 장기적으로 인도 경제가 중국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중국 정부 인사들은 서구식 경제 개혁, 정치 개혁이 중국에서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반대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소득 불균형은 개인 간의 소득 불균형이 아니라 정부와 나머지 사회 간의 불균형이다. 정치 개혁이 이뤄진다며 세금, 국영 기업 운영에 견제와 균형이 도입되고, 그동안 국고와 국영 기업에서 잠자거나 허투루 쓰였던 돈이 일반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국영 기업이 독점한 사업에 민영 기업이 진출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또 한 번의 경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 역시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데. "그러나 지난 9년간 현재 중국 지도부 아래서 이뤄진 개혁의 성과를 보면 어떤 경우는 9년 전보다 후퇴한 예도 적지 않다. 국영 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정부 조직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커졌다. 더 많은 개혁을 말하는 것과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다르다. ―당신의 비관적 전망은 한국처럼 중국 경제와 밀접히 연관된 나라에는 나쁜 뉴스다. 한국 기업인들에게 조언한다면? "아시아 경제는 중국과 밀접히 얽혀 있어 중국 영향을 받지 않기란 어렵다. 다만 무역 등 경제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 남미·인도·중동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3년 뒤 중국 경제를 어떻게 예상하나? 경착륙(연간 5%대 경제 성장), 연착륙(7%대 성장), 고도성장(9% 이상 성장)에 베팅한다면? "경착륙에 50%, 연착륙에 35%, 고도성장에 15%. 역시 경착륙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천즈우(陳志武)는 1953년 후난(湖南)성 생. 중난(中南)공업대학과 중국 국방과기대(1986년·석사) 졸업 후 도미 유학해 1990년 예일대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투자공사(CIC) 설립자문위원, 칭화(淸華)대 특별초빙교수, 베이징시 12차 5개년 계획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