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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오페라 이야기] 맥베스·시몬 보카네그라… 권력의 유혹에 굴복 비극으로 치닫는 운명

Opinion 정신과 전문의·풍월당 대표
입력 2012.03.31 03:45
정신과 전문의·풍월당 대표
셰익스피어의 연극 작품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베르디의 '맥베스'는 연극 이상의 감동을 준다. 셰익스피어의 기막힌 대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영혼을 뒤흔들 만큼 장중하고 가슴에 스며들게 진지한 음악까지 입혀 놓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장수로서 앞날이 창창한 신하이던 맥베스는 동료 장군인 반코와 함께 전선을 시찰하다가 마녀들을 만난다. 마녀들은 처음 보는 맥베스를 향해 "당신의 다음 자리는 스코틀랜드의 왕위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한다. 뜬금없는 그 말에 맥베스의 가슴은 울렁거리고 머리카락은 쭈뼛거린다. 그때까지 그는 왕위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옆에 서 있던 반코는 중얼거린다.

"여태까지 당신은 조국을 향한 희망이 넘치던 군인이었다. 그런 자신을 너는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던가?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것이 아니라 오페라의 대본가였던 이탈리아의 시인 프란체스코 피아베가 넣은 것이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가끔 악마는 우리를 유혹하지만, 중대한 결말에 가서는 결국 배반하지."

눈앞에 권력이 어른거리게 되면, 누구나 심장이 뛴다. 많은 오페라는 권력의 유혹 앞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인물들을 기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일단 권력을 잡고 나면, 이전에 가졌던 조국을 위한 청운의 꿈 같은 것은 구름처럼 흩어진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야비한 권력 집착형 인물로 전락할 뿐이다.

오페라 맥베스의 한 장면. 맥베스는 권력이 주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맥베스도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 이후에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오직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동료를 제거할 뿐이다. 살인은 살인을 낳고 그는 점점 나락의 구렁텅이로 전락(轉落)한다. 권력을 잡기 전과 잡은 후의 모습들은 판이하다.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의 총독 시몬은 처음에는 선원으로서 조국을 위해 봉사했지만, 일단 권좌에 오르자 피비린내 나는 폭정을 일삼는다. 그를 총독으로 만든 파올로 역시 권력을 잡자 오직 자리를 이용해 원하는 여성과 그녀의 재산을 차지하는 데에 몰두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나오는 칼라프는 자신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되자, 자신과 늙은 아버지를 수족처럼 보살펴 왔던 여인 류를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친다. 권력을 앞에 둔 야망가의 눈에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조르다노 '안드레아 쉐니에'에 등장하는 제라르나 푸치니의 '토스카'에 나오는 스카르피아는 모두 벼락 권력자가 된 후 자신의 야욕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될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많은 이가 권력을 향해 부나비처럼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나라와 백성을 위한 순수한 충정일까"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권력에는 오직 바보들의 존경과 아이들의 감탄과 부자들의 선망 그리고 현명한 자들의 모욕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귓전을 울린다.

※이번 호로 '박종호의 오페라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주신 박종호 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 다른 알찬 내용으로 독자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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