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잘 다스린 분은 순임금이라 할 것이다. 도대체 어찌하였겠나? 자신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쪽만 바라보고 앉아 계셨을 따름이었다."
중국의 고대 역사에서 순임금은 요임금 아래에서 사도(司徒), 즉 교육을 담당하던 신하였다. 훗날 요임금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아 요임금에 이어 태평성대 2기를 맞이한 임금으로 기록돼 있다. 요임금도 아홉 명의 전문가를 임명해 철저한 위임정치를 통해 훌륭한 정치를 이룩했다고 하지만 순임금 역시 위임정치의 대가였다. 오죽했으면 무위이치(無爲而治)라고 했을까? '아무 하는 일 없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남쪽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을 따름이었다'는 표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원래 무위의 개념은 도가사상의 기본인데 유위인 덕치(德治)를 내세우는 유가사상의 이상적인 모습도 궁극적으로는 무위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아무리 원시적 정치 형태에 머물렀던 고대정치라 해도 임금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쪽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는데 훌륭한 정치가 이루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임금이 신하를 신뢰하고 신하들은 직무 수행에 열정과 성실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무위가 아니라 직무를 장악해온 상태에서 실무를 부하에게 위임했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정치와 기업경영은 어떤가? 그 규모나 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제 한 사람의 지혜로 모든 것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지혜와 경험을 토대로 합리적인 경영을 도모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황제정치나 황제경영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