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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의 오페라 이야기 ②] 오페라는 웅변한다… 올라간 다음은 추락이라고

Culture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입력 2011.07.02 03:08
오페라의 본령은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페라란 그리스 비극의 재현으로 시작됐다'는 오페라의 기원을 봐도 그렇다.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주인공을 보며 사람들은 살아있는 감동을 느낀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비극이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비극이란 무엇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최대의 비극은 무엇인가? 비극은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잃는 것이다. 돈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잃은 것이 비극이며, 가족이 소중한 사람에게는 가족을 잃는 것만큼 비극은 없다. 비극이란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는 것이다.

오페라에서는 종종 여자들이 사랑을 잃는다. 그녀들에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이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아내? 가족? 돈? 오페라에서 그것은 '사회적 지위'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가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오이디푸스 왕'이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다. 하지만 오페라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과정을 그리지 않는다. 이미 그가 왕이 된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전 왕을 살해한 자가 살아있다"는 말이 돈다. 이에 왕인 오이디푸스는 범인을 잡도록 명하고, 드라마는 범인을 잡는 과정, 즉 수사극의 형태를 띠게 된다.

용의자는 점점 오이디푸스에게로 좁혀진다. 그는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었지만 그만두라고 명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아버지인 전왕(前王)을 죽이고 어머니였던 전왕비(前王妃)를 아내로 삼고 있음이 드러난다. 성군이었던 왕이 패륜아임이 일순간에 폭로된다. 순간 왕비가 방으로 뛰어간다. 왕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만, 이미 왕비가 목을 맨 뒤였다. 왕은 사랑했던 아내이자 어머니의 시체를 끌어내린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꽂혀 있던 황금 핀을 뽑아서, 자신의 두 눈을 찌른다. 두 눈을 잃은 왕은 조용히 왕궁을 떠난다. 그 뒤로 백성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왕이여. 가십시오. 우리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장대비가 눈물처럼 내리는 가운데, 사내는 스스로를 단죄하고 왕궁으로부터 멀어져간다.

오이디푸스는 오페라 비극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준다. 그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추락한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순간에 존엄성을 잃지 않고 위엄 있게 행동한다. 관객들은 그의 비극적 사연이 아니라, 비극을 당한 순간 그의 행동에서 감동을 받는다.

오페라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간혹 오페라가 귀족들을 위한 장르로 오해받는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주인공들의 지위가 높아야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비극의 강도는 '추락의 낙차(落差)'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들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높은 곳에 올려놓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신이나 왕, 제후, 귀족, 정치가, 부자, 영웅, 하다못해 예술가나 유명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페라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그들은 추락해 바닥으로 떨어진다. 롤러코스터가 높이 올라가는 것은 그만큼 많이 떨어지기 위해서다.

당신이 성공하는 것은 곧 떨어지기 전 단계이며, 돈을 버는 것은 언젠가 잃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라. 우리는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올라만 가려고 한다. 하지만 위로 간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다. 다음은 추락이다. 그것을 오페라는 웅변한다.

'아이다' '운명의 힘' '가면무도회' '돈 카를로' '오텔로' '노르마' '토스카' '나비부인' '카르멘' 등 많은 오페라가 지위를 잃고 추락하는 사람을 그리고 있다. 비극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비극의 순간에 위엄을 잃지 않고 인간의 고결함을 지킨다는 점이다. 극장은 학교요, 오페라는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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