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웰빙 열풍 불자 국가별 맞춤 메뉴로 바꿔 변화에 능동대응… 패스트푸드 제국 살려

Trend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1.06.04 03:01

Leadership_맥도날드 前 CEO 짐 캔탈루포

맥도날드의 전(前) CEO 짐 캔탈루포(Jim Cantalupo·2003~2004년 재임)는 역전(逆轉)의 리더다. 한때 사내(社內) CEO 승진 경쟁에서 밀려나 직장을 떠났던 올드보이가 회사와 자신을 함께 성공 궤도로 복귀시킨 사례다.

캔탈루포가 취임하기 직전인 2002년 맥도날드는 사상 첫 적자(赤字)를 맞으며 깊은 충격에 빠졌다. 불과 5년 전까지 '10년 연속 20%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50년 가까운 초(超)호황을 누려온 글로벌 기업이 한방에 꺾이는 것처럼 보였다. 패스트푸드 제국의 태양이 저무는 듯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캔탈루포가 세 가지 리더십을 능숙하게 구사하며 맥도날드를 구해냈다.

캔탈루포 리더십의 출발점은 '현장을 철저하게 챙겨라'에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캔탈루포는 맥도날드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지만, CEO에 오른 뒤 현장 챙기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는 예고 없이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 마치 강박증이 있는 사람처럼 자기 회사의 흠을 철저하게 들춰냈다. 테이블에 묻은 케첩 자국, 물기 있는 화장실 바닥, 식은 음식, 굼뜨거나 무례한 서비스….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그 매장의 매니저를 불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 뒷면에 성적을 매겨서 건넸다. 그는 이런 명함을 수백장씩 가지고 다니며 잘못이 눈에 띌 때마다 빠짐없이 지적했다. "내가 뭔가 잘못을 발견할 때마다 누군가 한 소리를 듣는다." CEO가 직접 나선 마당에 고쳐지지 않는 잘못이란 있을 수 없었다. 맥도날드는 창업 때부터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깨끗한 식당, 따뜻한 음식, 친절한 서비스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캔탈루포 리더십의 유연성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로 요약될 수 있다. 그가 CEO에 취임한 2003년에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세계를 휩쓸면서 패스트푸드 시장은 쇠락할 것처럼 보였다. 맥도날드의 고객들도 빅맥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와 같은 똑같은 메뉴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캔탈루포는 생각의 틀부터 바꿨다. "맥도날드의 보스(boss)는 고객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본사가 휘두르던 아침 메뉴 결정권을 지역 매니저에게 넘겼다. 영국에서는 죽(粥), 포르투갈에서는 수프가 제공됐다. 소비자의 바뀐 입맛에 국가별 맞춤형 메뉴로 대응한 것이다. 또 프리미엄 샐러드 라인을 새롭게 열었다. 고(高)칼로리 패스트푸드에 저항감을 가진 고객층을 끌어안기 위한 것이었다. 신(新)상품을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공세적으로 밀어붙였다. 맥도날드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마케팅 전담 조직을 만들어 'I'm loving it'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뛰었다. 덕분에 젊은층 고객을 붙잡을 수 있었다.

캔탈루포 리더십의 역설적 요소는 '일을 너무 많이 벌이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는 "더 적은 일을 하라. 그 대신 더 잘하라(Do fewer things and do them better)"고 말하곤 했다. 그의 전임자는 일을 너무 많이 벌였다. 레스토랑 체인을 5개나 인수·합병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임대 수익이 더 쏠쏠한 돈벌이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부동산을 매입·임대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사업을 동시에 잘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맥도날드는 사상 최초의 적자를 기록하고 CEO가 교체되는 상황까지 갔다. 캔탈루포는 맥도날드가 잘할 수 없는 사업은 철저하게 버렸다. 그 대신 기존 맥도날드 매장에서 영업시간을 늘리며 수익을 높였다.

캔탈루포는 취임 16개월 만에 심장마비로 급사(急死)했다. 그의 짧은 재임 기간에 맥도날드는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월별 매출이 최고 22%까지 뛰면서 12개월 연속 성장했다. 주가도 2배로 올랐다. 취임을 앞두고 축하보다 위로의 말을 더 많이 들었던 캔탈루포는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CEO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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