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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5대(代)에 걸친'발렌베리 발전사(史)'

People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입력 2010.11.13 03:07

은행업서 시작해 제약·통신장비·중공업 등 기업집단으로…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발렌베리의 기업집단은 스웨덴에서 흔히 '발렌베리 영역(sphere)'이라 불린다. 가문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구성체, 즉 발렌베리 가문과 재단, 지주회사(인베스터),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일컫는 표현이다. 발렌베리 영역은 다섯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다. 1세대 발렌베리가 SEB 은행을 설립해 그룹 창업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핵심 계열사 19개로 구성된 오늘날의 발렌베리 그룹을 만든 것은 2세대와 3세대 발렌베리이다.

2세대는 '적극적 소유정책'을 확립했는데, 역량 있는 CEO를 찾는 일과 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이후 스웨덴 기업 지배구조의 전통이 됐다. 3세대는 사브(SAAB)를 설립하는 등 발렌베리 그룹의 확장을 주도했다.

현재의 5세대는 2000년대 초반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내수보다 국제시장을 겨냥해 기업 대상 비즈니스를 주로 해온 중공업체 ABB와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문제였다. 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로 산업 및 인프라 투자가 급감하자 순식간에 위기에 빠진 것이다.

특히 2001년 6억9100만달러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ABB는 전 CEO 2명에게 무려 1억3700만달러 규모의 막대한 연금을 지급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집단 소송과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다. 마르쿠스 발렌베리는 두 회사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늘리고, 즉각 두 회사의 경영진을 교체함으로써 책임 있는 오너, 장기적으로 헌신하는 오너라는 것을 보여줬다.

발렌베리의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에서도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다. 핵심 기업인 SEB 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에도 부실자산의 규모가 전체 자산의 0.8%에 불과해 유럽에서 가장 건전한 은행에 속한다. 다른 계열사들도 주가 하락 이외에는 큰 피해 없이 선방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를 "발렌베리 계열의 지주사(인베스터)가 충분한 현금을 보유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인베스터는 2008년 초 트럭 제조업체인 스카니아를 폴크스바겐에, 북유럽 증권거래소(OMX)를 미국 나스닥에 매각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 돈은 단기적 유동성이 부족한 계열사들에 지원되기도 하고, 경기 침체기에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나 자산을 낮은 가격에 구입하는 데도 쓰였다. 발렌베리 가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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