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IT의 중심지 방갈로르에 위치한 인포시스 본사는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IT 기능을 갖춘 최첨단 건물들과 수영장, 골프 코스, 극장 등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났다. 대형 헬스클럽과 당구장, 야구·테니스장에 쇼핑몰과 병원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푸른 수영장에 둘러싸인 복지동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켰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광장의 대형 유리 피라미드를 꼭 빼닮은 회의장 건물도 있었다.
수십 개 동으로 나눠진 본사 사옥은 하나 같이 친환경,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모든 건물은 인텔리전트화돼 있고, 초고속 통신망이 국내외 지사와 전 세계 거래처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대학 캠퍼스와 연구소, 리조트를 합쳐놓은 느낌이었다. 인포시스에선 본사 단지를 '인포시스 캠퍼스'라고 부른다. 항상 차와 사람이 뒤엉켜 복잡하고 지저분한 주변 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인도 방갈로르의 인포시스 본사 복지동 주변의 수영장. 직원들이 일과 시간 중에도 대화를 나누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선일보 DB
넓은 캠퍼스를 전기카트를 타고 돌아보면서 이것이 인도 기업이라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직원들은 캠퍼스 곳곳에 비치해 둔 1000여대의 자전거를 이용해 손쉽게 건물 사이를 이동했다. 많은 직원들은 천천히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잔디밭에 삼삼오오 앉아 토론을 하고 있었다. 경치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 벤치에서 쉬는 사람, 단체로 사진을 찍는 직원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대학 캠퍼스와 다르지 않았다.
안내하는 직원에게 "근무시간에 이렇게 자유롭게 지내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각자의 일에 따라 차별화된 유연한 근무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과 시간을 고객인 미국·유럽 기업의 근무 시간대에 맞춘다. 그러니 고객과 업무 교류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산책과 식사·운동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릴수록 그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인포시스의 생각이다. 인포시스의 이직률은 업계 평균(17~18%) 보다 크게 낮은 11~12% 정도다.
인도 마이소르에 위치한 인포시스 세계교육센터. 공 모양의 이 건축물은 디즈니월드의 놀이시설을 빼닮았다.
인포시스의 상징 중 하나인 글로벌 콜센터(Business Proccessing Office)는 사방이 푸른색 유리로 둘러싸인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직원인 자얀스 자가디시(Jagadeesh)는 "1000여명의 직원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상담과 주문, 고객 불편 신고 전화를 24시간 응대하고 있다"며 "주 고객은 미국 기업의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이곳 직원들은 미국식 영어를 공부하고 발음도 미국식으로 하려 애쓴다. 고객은 별의 별 걸 다 묻는다. 미국 현지의 날씨와 교통 정보, 피자집 전화번호까지 물어본다. 미국에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즉시 파악해 알려준다. 항의하는 고객의 마음을 누그러뜨린 뒤 다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포시스가 하고 있는 업무 대행 서비스는 단순 콜센터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기업의 모든 업무가 인포시스의 아웃소싱 대상이다. 미국 기업의 직원들이 신청한 각종 서류나 재직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곳도 여기다. 기업의 채용이나 면접에 필요한 공고 등 각종 절차를 대행해 주고, 쏟아져 들어오는 이력서들을 검토해 회사가 정한 기준에 맞는 후보들을 추려낸다. 직원 직무 교육을 위한 직원별 일정 관리, 통보 절차도 대신 해준다. 대량으로 싸게 자재를 구입해 고객 기업에 공급해 주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기업이 가장 남에게 맡기기 꺼려할 재무 업무조차 대행한다. 기업의 여러 부서에서 발생하는 각종 수입·비용 내역을 한데 모아 분석하고, 회계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해 준다.
이곳에서 130㎞ 떨어진 마이소르에는 40만평 넓이의 세계 최대 규모의 사내 교육시설인 '글로벌 교육센터'가 있다. 야자수가 늘어선 대형 수영장과 인도 최대 규모의 헬스클럽, 디즈니월드에 있는 것과 유사한 공 모양의 건축물, 볼링센터와 미용센터, 대형 극장 등을 갖춘 리조트형 교육시설이다. 인포시스는 1억2000만달러(약 1300억여원)를 투자해 이곳을 건설했다. 연간 1만5000명에 달하는 '신입생'들이 14주간 컴퓨터 언어와 소프트웨어 등 업무 교육을 받는다. 신입 교육을 받는 직원들 중에는 미국 MIT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 명문대 졸업자들도 상당수 끼어있다. 미국 기업의 하도급을 받던 인포시스가 거꾸로 미국의 최고 인재를 데려다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팔라크리슈난 CEO는 이곳을 "모든 교육을 마무리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교육에 이렇게 돈을 투자하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와 미래 리더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좋은 직원으로 바꾸고, 인포시스만의 기술과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방법과 수단을 훈련시키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