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비즈

[팀 하포드의 경제학 카운슬링] 국내 어려운 사람도 다 못 돌보는데… 외국 재난 돕는 건 모순 아닌가요?

Analysis
입력 2010.02.20 03:03

팀 하포드에게 묻습니다

Q
인간은 다른 사람을 돕거나 베풀 때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최근 아이티 지진 참사로 방송에 나오는 아이티 국민들의 처참한 광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짠하게 울립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금 활동이 이루어지고 의료진, 구조대원 등 자원봉사자들이 파견되어 지진으로 황폐해져 버린 아이티를 돕는 모습에 저도 저들처럼은 아니어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극적인 유엔의 구호활동과 선진국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보기도 좋았고, 아이티 사람들도 조그만 희망의 빛을 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국의 거주민들에 대한 완전한 권리도 확보되지 않는 상황(예를 들어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의 빈곤 문제, 국내거주 외국인의 권리 보호)에서 다른 나라를 돕는다는 것은 왠지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국내에도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 국민들부터 우선적으로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심보준


한국 대외원조, 전체 예산의 0.07%뿐… 국적 넘어 인류애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A
안녕하세요? 심보준씨, 저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먼저 반대 의견부터 밝혀보도록 하지요.

모든 국가는 대개 저마다 문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국,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같이 부유한 국가들은 아이티, 소말리아, 방글라데시처럼 빈곤한 국가들보다는 훨씬 작은 문제들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는 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진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만명이란 숫자는 아이티 전체 인구의 2%를 넘는 수치입니다. 이와 견주어봤을 때, 당신은 정말 부르키니라고 하는 전신 수영복에 대한 논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여기서 국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한 인간을 국가에 소속된 일원이 아닌,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랑스 정부가 아이티의 피해 복구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지만, 현재 프랑스에서는 거주하는 이슬람 여성들이 전신을 감싸는 수영복 부르키니(burkini)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당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빈곤국이나 어려운 일을 당한 나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매우 커져가고 집중 조명되는 반면, 국내 문제는 소홀히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떤 문제가 우선시돼야 하나요?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당신은 부유한 국가들의 관심과 재정의 상당량이 빈곤국가에 쓰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쉽게 범하는 오해입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실시한 신뢰할 만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1%는 대외원조가 연방 예산 지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두 항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산 지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바로 '국방'과 '사회 보장'입니다. 실제로 미국 경제의 0.15%만이 공식적인 대외원조에 쓰입니다. 한국의 경우, 그 수치가 0.07%에 불과합니다.

부유한 국가들은 경제의 0.7%, 다시 말해 현재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외원조 규모의 10배를 국제사회를 돕는 데 써야 마땅하다는 국제적 목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국가들만이 이 목표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외원조가 국가 자원을 엄청나게 잡아먹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은 제가 심보준씨와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현지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현지 사정에 정통한 기관이 없다면, 원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외 원조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현지 국가의 부패로 인해, 또는 원조기구가 지역의 우선순위에 맞춰 지원금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지역 구호요원들이 대부분의 인명을 구조했지만 이들의 공로는 국제원조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대외원조가 사용되는 방식을 개선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높여야 합니다.

물론 어떤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외 원조에 의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까지는 전 세계 빈곤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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