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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입으면 부끄러워지는 날이 올까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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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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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최근 스웨덴에서는 'Flygskam(비행 수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최근 이런 단어가 패션 산업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패션 산업은 규모가 크지만 공해 발생이 많은 산업이기도 하다.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과잉 생산, 과잉 소비, 과잉 폐기의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영국의 버버리 그룹은 지난해 팔리지 않은 재고를 싸게 팔지 않기 위해 폐기해버리기도 했다.

명품 패션 산업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패션 어젠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쳐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 현황,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식 등이 담긴 리포트(Pulse Score)를 작성했다. 전반적으로 패션 산업은 100점 만점에 42점이라는 만족스럽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반전이 있었다. 명품 패션 업체들은 54점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히려 매출 규모가 클수록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고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유지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패션산업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환경 파괴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명품 패션 산업은 중국 쇼핑객들의 주도하에 지난 3년간 블록버스터급 성장을 경험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천연자원을 원재료로 쓰면서 재료 낭비가 심하다. 또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이들이 선호하는 실크 같은 재료는 자연히 동식물 파괴로 이어진다. 합성섬유를 재료로 쓸 때보다 환경 파괴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분명 명품 패션 산업은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쇼핑객들을 포함한 젊은 고객들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 패션 산업은 이들의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들의 패션 트렌드는 지속 가능성 여부다. 이들 사이에서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지, 순환이 가능한지 등이 주요 트렌드로 뜨고 있다.

하지만 명품 패션 산업은 환경보호와 대척점에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명품 패션 산업이 아무리 환경보호에 관심을 보인다 하더라도 굳이 사지 않아도 될 사치품을 사람들에게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트렌드가 지속돼 결국 부자들이 명품 패션에 돈을 쓰는 것을 부끄럽게 느끼게 된다면 구찌의 다이아몬드 벨트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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