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바이오공학의 양면성, 10~15년내 테러까지 가능

마틴 리스 전 영국왕립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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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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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바이오공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바이오공학 실험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악용될 수 있는 정보의 확산을 막을 규제가 필요해졌다.

바이오공학 중 미생물학의 발전은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미생물학의 발전은 새로운 백신 발명 등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히려 미생물학의 발전이 바이러스의 진화를 돕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바이러스가 여러 백신에 익숙해지고 면역성을 갖게 되면서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없어진 줄 알았던 결핵이 일부 대도시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새로운 백신 개발 경쟁도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2011년 네덜란드와 미국의 연구자들은 특정 바이러스를 더욱 치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증명했다. 미리 변종 바이러스를 개발하면 더 나은 백신을 만드는 게 수월해진다는 주장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바이오 테러리스트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오공학은 효율성이 높다. 먼지보다도 작은 미생물로 생명 연장 같은 큰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이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를 만든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교한 특수 기술과 대규모 장비가 필요하지만, 바이오 테러를 위해서는 소규모 장비만 있으면 된다. 바이오 테러의 살상력은 핵무기만큼이나 무섭다.

또 문제는 오늘날 많은 선진국이 자신들의 의료 시스템을 과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 당시 유럽인들은 질병에 의해 모두가 전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갖고 있었다. 지금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의료 시스템을 과신하고 있다. 유행성 질병 하나가 이런 의료 시스템을 뚫을 때 엄청나게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바이오공학 발전의 위대함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확산은 예측도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쓸 바이오 테러는 10년 혹은 15년 안에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정부와 테러리스트 단체들도 바이오 테러를 금지할 정도로 바이오 테러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바이오공학 전문 지식을 갖춘 어떤 이상한 사람이 '지구상에 너무 많은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바이오 테러로 사람들을 죽일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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