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Analysis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조짐… 독일 정부, 11년 만에 경기부양책 고민

이철민 선임기자
  • 0
  • 0
입력 2019.10.11 03: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유럽의 경제 기관차인 독일 경제가 침체하면서 독일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쓸지 고민하고 있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1%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경제가 2분기 연속으로 축소되면 공식적으로 '경기후퇴(recession)'라고 규정된다. 현재 독일의 여러 경제연구소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전년 대비 0.5%, 내년은 1.1%로 내다본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에 대한 독일 정부 입장은 아직 조심스럽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필요하면 500억유로 규모 경기 부양책을 쓸 수 있다"면서도 "현재 경기는 '경기 둔화' 정도이며 회복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당장 경기 부양책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론의 밑바탕에는 독일 경제의 두 측면이 존재한다. 수출 의존적인 부분은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공장 기계류 같은 설비투자재에 대한 수요 감소, 전기차·자율주행차로 인한 자동차 산업의 구조 조정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의 내수는 견실하다. 3.1%의 매우 낮은 실업률과 83.9%의 높은 공장 가동률이 방증한다.

독일은 또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760억 달러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물가상승률도 1.4%로 매우 낮다. 공공 부채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60%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따라서 경기 부양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기 부양책이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이 주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작아 차라리 더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독일은 지난 30년간 1990년 통일 이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두 번 경기 부양책을 썼을 만큼, 블랙 제로(black zero)라 불리는 균형예산 정책을 고집해왔다. 2009년에는 아예 헌법을 고쳐 연방정부의 적자 예산 폭을 GDP의 0.35% (2020년의 경우 50억유로)로 못 박고,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이 경기 부양책을 쓰더라도, 도로 등 인프라의 현대화, 초고속 인터넷 연결과 같은 디지털 사업, 인적 교육·훈련 등 앞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부분에 정확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