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5 Questions

"25세 직원이 건의해 회사 관행 바꿔… 100개국 14만명이 하나되는 힘이죠"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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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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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에너지 관리·자동화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인재 관리법


100개국 14만명의 직원이 일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국적, 성별 등에 관계없이 다양성을 존중한다. 선입견이 없어지면 관리자의 시야가 넓어지고 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직원도 온전한 개인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된다. / 슈나이더 일렉트릭 이미지 크게보기
100개국 14만명의 직원이 일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국적, 성별 등에 관계없이 다양성을 존중한다. 선입견이 없어지면 관리자의 시야가 넓어지고 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직원도 온전한 개인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된다. / 슈나이더 일렉트릭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83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에너지 관리·자동화 분야 기업이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해 있고 14만명 직원이 근무한다. 세계 20대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며 지난해 매출액이 33조원을 넘는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 주로 B2B(기업 간 거래)에 치중하다 보니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인재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종종 "뭐 하는 회사인가요"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럼 이런 낭패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올리비에 블룸(Blum) 슈나이더 일렉트릭 CHO(최고인사책임자)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5세 신입 직원이라도 '이 회사를 바꿔 보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회사 조직·인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소문이 나고 인재가 모인다"고 설명했다.

Q1 좋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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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기자
"인재 영입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는 시대에 중요한 건 고연봉만으로 인재들을 모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건 10년 전에나 통했던 방식이다. 인재들은 기업문화를 본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서 위로 혹은 수평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고연봉은 인재를 잠시 붙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머물게 하지 못한다. 간혹 실무자가 '○○사는 특급 인재 연봉으로 ○○를 책정했다'면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있지만 그건 무의미한 경쟁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인재에 대한 대우는 우선 다양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게 출발점이다. 문화적·종교적 차이, 개인 취향까지 모두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국적이나 성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회사도 있는데 그런 차별이 알려지는 순간, 인재들은 등을 돌린다. 중간 관리자도 눈여겨봐야 한다. 부서장이나 임원은 중간 관리자들이 직원을 실제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실상을 모를 때가 많다. 최대한 많은 직원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중간 관리자가 직원들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Q2 인재를 잘 활용하기 위한 특유의 비결은 없나.

"글로벌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를 없앴다. 원래는 파리였다. 지금은 파리, 홍콩, 보스턴 3곳에 '허브(지역 본부)'를 두고 직원들을 관리한다. 본사 소속이란 자만심을 예방하고 어디에서 일하든 다 본사 직원처럼 느끼게 하는 게 목적이다. 허브를 순환 근무하는 체계 안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레 직원들 구성이 더 다양해진다. 성별과 국적에 사로잡혀 사고하는 선입견도 없어진다. 선입견이 없어지면 상사들은 시야가 넓어지고 직원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인재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에너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재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능력이 극대화되려면 적절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Q3 세대 간 갈등·충돌을 신경 써야 하는 시대다.

"구세대와 신세대(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생)나 Z세대(1996~2010년생))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그건 극복할 수 있는 차이다. 오래전에도 신입 직원들은 무조건 신세대로 취급하는 풍토가 있었다. 구세대나 신세대 모두 회사에서 직업 안정성과 꿈을 펼칠 기회를 찾는 건 다르지 않다. 다만, 신세대는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얘기하고 표현한다. 신세대들 특성을 이해하고 조직을 이에 맞게 변형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의사 결정 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고위 임원에게 평사원이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들에게 자기들도 뭔가 바꿀 수 있다는 참여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다. 흔히 개방적인 분위기를 선호해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정하는 신세대들이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비교하면 노동 환경이 아주 열악하다. 막연한 환상은 빠른 실망으로 이어질 뿐이다."

Q4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전에는 나이가 들고 생산성이 떨어진 직원들은 내보내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선 정년을 보장해주거나 연장하는 게 조직을 유지하고 사회를 관리하는 대책이다. 우리도 장기근속 직원이 소속 부서에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퇴사하기 5~10년 전부터 파트타임 방식으로 새로운 임무를 주고 교육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활동력이 왕성한 직원들이 회사에 중요하긴 하지만 경험이 많은 직원들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들을 단지 나이가 많다고 퇴출할 게 아니라 그 연륜을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어떻게 균형을 이뤄가며 활용할 수 있는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Q5 한국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프랑스도 아직 남아 있지만 한국은 특히 학벌주의가 심하다고 들었다. 이력서에서 가장 먼저 학력을 보고 그다음에 다른 조건을 확인한다고 한다. 그런데 26년 동안 어떤 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26년 전 졸업한 학교가 어디냐는 것에 따라 평가받는다면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한국에선 비슷한 학교 출신들이 집단을 이뤄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이러면 객관적인 인사 관리도 어렵고 조직 활력도 떨어진다. 직무 연관성을 최대한 따지고 그다음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봐야 한다. 호기심이 있는지, 헝그리 정신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이런 자격을 분석해야 한다. 우리도 아직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하곤 있지만 단순 참고사항일 뿐이다. 특정 학교 출신이라고 능력이 남다를 것이라 판단하는 건 선입견일 뿐이다. 선입견이 강하면 좋은 인재를 감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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