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대장균 이용, 사탕수수에서 경유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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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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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합성 생물학 선도 기업들

아미리스


기존 생명공학이 새로운 자연법칙이나 물질을 발견해 이를 응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합성생물학은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1978년 미국의 첫 바이오테크 기업인 제네텍이 박테리아 DNA를 재조합해 첫 인공 인슐린을 만들어내긴 했으나, 20세기까지 합성생물학은 바이오 업계에서도 생소한 분야로 여겨졌다. 개념조차 다소 생소했던 합성생물학을 바이오 업계에 퍼뜨린 주인공은 2000년대 초반 '합성생물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제이 키슬링(Keasling) 미국 UC버클리 교수의 연구팀이었다. 키슬링 교수는 생물학이 언젠간 공학(工學)처럼 실생활의 응용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세포는 작은 공장처럼, 세포 내 구성 요소들은 마치 공장의 기계·부품처럼 여겨지고, 생물학자들은 프로그래머들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가상의 세포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합성생물학이 전 세계 과학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2003년 키슬링 연구팀이 말라리아 치료제였던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대량생산하는 인공 효모를 공개하면서부터다. 말라리아 치료제에는 아르테미시닌산(酸)이라는 성분이 반드시 필요한데, 문제는 이 성분이 개똥쑥에서만 추출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약계는 말라리아의 특효약이 무엇인지는 알아도, 이를 대량생산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곳에 대량 공급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키슬링 연구팀은 합성생물학 기법을 써서 아르테미니신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고가(高價)의 말라리아 치료제를 조금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시 키슬링의 성공에 빌 게이츠가 세운 공익 재단인 게이츠재단도 4200만달러를 기부했다.

아미리스(Amyris)는 키슬링 교수가 아르테미시닌을 연구하면서 2003년 캘리포니아에 창업한 회사다. 합성생물학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아미리스는 2008년 무렵 브라질 업체 보토란팅, 우지나 산타 엘리자 등과 함께 바이오 디젤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기존 바이오 에탄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에탄올은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원료로 생산되는 친환경 에너지지만, 파이프라인을 부식시켜 기존의 인프라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아미리스는 사탕수수에 함유된 당분을 섭취하고 그 부산물로 탄화수소계 화석연료를 배출하는 유전자 변형 대장균을 개발했다. 특정 효소의 생성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 이 대장균이 당분을 화석연료로 전환해주는 일련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미리스는 지난 수년간 수많은 종류의 유기체와 밤낮없이 씨름을 해야 했다. 어떤 미생물에 어떤 유기체의 유전자를 삽입해야 물질대사 과정에서 이처럼 신비한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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