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에볼라 신약 2종 수개월만에 개발 ‘기적’

  • 0
  • 0
입력 2019.10.11 03:00 수정 : 2019.10.28 14.53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Cover Story] 합성 생물학 선도 기업들

애텀와이즈


제약업계의 가파른 변화는 '이룸(Eroom)의 법칙'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반도체 기술 발전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을 뜻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서 무어(Moore)의 영문 철자를 거꾸로 표기한 것인데, 1950년 이후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연구비 10억달러당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하는 신약의 수가 9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설명한다.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애텀와이즈(Atomwise)는 인공지능·머신러닝을 응용한 합성 생물학 기술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회사다. 보통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구간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새 합성물의 효과를 여러 차례 측정하고 실험하는 과정이다. 제아무리 똑똑한 연구원이라도 새 물질의 효과를 측정하려면 여러 차례 지루한 실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해 제약 업계에서는 이 과정을 신약 개발의 병목(bottle neck)으로 부른다.

애텀와이즈는 이 과정을 컴퓨터 분자 시뮬레이션(atomnet)을 활용해 종전 방법보다 연구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방대한 생물·화학 정보를 쌓아 분자의 모형과 화학 반응을 인공지능으로 예측·분석하는 방식이다. 애텀와이즈의 에이브러햄 하이페츠(Heifets)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하루에 1000만 종 이상의 화합물을 분석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하루에 수억 종류의 화합물 분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과거 프로세스보다 훨씬 더 빠른 단계에서 신약의 부작용과 잠재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창업 당시만 해도 애텀와이즈의 목표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그러나 2015년 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때 미국 IT 기업인 IBM과 제휴를 맺어 예측 알고리즘으로 불과 몇 개월 만에 예비 후보약 2개를 출시, 제약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합성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에볼라뿐 아니라 경화증(硬化症) 등 일부 질병 치료 분야에서 속속 성과를 내자, 머크·바이엘 등 주요 제약사들이 손을 내밀어 공동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미국 농업회사인 몬산토와는 함께 해충약을 개발 중이다. 중국 제약사인 장수제약과도 15억달러 규모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신러닝을 응용한 제품 개발이 시장에서 상용화가 속속 이뤄지자 일부 IT 대기업도 보유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에 실험실을 세워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박테리아 성장을 연구 중이다.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