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에이즈 증식 단백질 구조 밝힌 팀… 새 단백질 만들어 씨앗 생산성 높이고 석유 성분도 바꿔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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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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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합성 생물학 선도 기업들

아르제다


합성생물학 전문 회사인 아르제다는 미국 시애틀 중심지에 2층 규모의 연구실을 두고 있다. 컴퓨터 엔지니어와 생물학자 약 30명이 한 팀을 이뤄 연구를 진행한다. / 아르제다 이미지 크게보기
합성생물학 전문 회사인 아르제다는 미국 시애틀 중심지에 2층 규모의 연구실을 두고 있다. 컴퓨터 엔지니어와 생물학자 약 30명이 한 팀을 이뤄 연구를 진행한다. / 아르제다
2010년 과학 저술지 네이처에는 게이머 5만7000여명의 명단이 게재된 논문이 등재돼 화제가 됐다. 평범한 게이머들이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유는 퍼즐 게임 '폴드잇'을 열심히 즐겼기 때문이다. 폴드잇은 퍼즐 게임 형식으로 '단백질 접힘'이라는 세포 내 현상을 연구하는 게임이다. 게임 유저들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직접 움직이면서 해법을 찾아낸다. 3차원 구조를 더욱 효율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이 게임의 목표이며, 접힘 현상의 효율이 좋아질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수만 명의 게이머는 폴드잇으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냈다. 수많은 과학자가 10년 넘게 해결 못 한 일을 게이머들이 해낸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름을 알렸던 데이비드 베이커(Baker)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은 2008년 기존 연구팀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시애틀 시내에 연구실을 꾸려 스타트업인 아르제다(Arzeda)를 세웠다. 단순히 기존의 단백질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베이커 교수는 자신의 회사를 '단백질 디자인' 회사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맨손에서 전혀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모든 것을 파는 상점'인 것처럼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소'가 목표이기에 500만 개가 넘는 단백질이 아직 연구 대상이다. 연구실에서는 매주 약 1만 개가 넘는 단백질이 새로 만들어지고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고 아무 물질이나 막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아르제다는 신물질을 ①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유용한 물질 ②유해(有害) 물질 ③희귀한 물질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리해 주로 ①과 ③ 연구를 진행한다.

아르제다 연구실의 또 다른 특징은 연구원이 새 물질을 만들 때 '지름길'만 찾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길을 다 찾아내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점이다. 모든 선택지를 다 파악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야 인공지능의 성능도 점차 개선되기 때문이다.

아르제다의 연구 방식은 일부 화학 대기업의 제품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화학 기업인 듀폰은 아르제다의 연구실에서 생산성을 높인 종자(種子)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코크(Koch) 인더스트리는 아르제다의 단백질로 성분을 바꾼 휘발유로 새 나일론을 개발 중이다. 아르제다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알렉산더 장헬리니는 "지난 150년간 인류는 새 물질을 만들 때 석유로 만들거나 화학을 응용해 만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화학 대신 생물학으로 더 나은 분자(分子)를 만들 수 있을지 질문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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