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블록체인과 가상 화폐 옥석(玉石) 가리기

최종관 한국블록체인평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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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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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Talk]


최종관 한국블록체인평가 대표이사
최종관 한국블록체인평가 대표이사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시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기업 신용평가는 언뜻 보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다. 하지만 의료·물류·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널리 확산되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해당 기업과 그 기술의 현실적 타당성에 대한 평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필자가 블록체인 업계에 근무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들이 개별 프로젝트별로 참고용 백서를 제출하고, 협회 등 기관이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객관성이 결여되거나 정보가 단편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블록체인의 총아로 불리는 가상 화폐가 수많은 의혹과 불신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가상 자산 거래소에 객관적인 상장 기준이 확립되어 있느냐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표현한다. 그래서 묻지 마 투자, 유사 수신, 자금세탁 등 각종 사회적 병폐가 발생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기술·사업성 객관적 평가를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주로 특정 사업 분야나 기업들 차원에서 진행된다. 일부 프로젝트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거래 수단으로 가상 화폐를 발행한다. 그리고 이 가상 화폐는 가상 자산 거래소에 상장하는 형태로 금융시장에 등장한다. 일반인들이 접하는 가상 화폐는 사실상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다른 얼굴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가상 화폐가 갑자기 상장폐지되면 피해는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러니 가상 화폐가 무분별하게 발행·유통되지 않게 하려면 객관적 평가를 통한 옥석(玉石) 가리기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기술과 그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그 프로젝트에 객관적인 평가 등급을 'A' 'B' 'C' 'D' 형태로 제공하면 된다. 현재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할 때 기업평가회사가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사업 전망 등을 감안해 투자 적격 여부를 신용등급 형태로 공표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프로젝트 수행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사업 전망뿐 아니라, 적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의 수준과 확산 가능성, 보안의 안전성 등에 대한 전문적 평가가 추가되어야 한다.

좀 더 실무적으로 말하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프로젝트의 기술성과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기술성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과 정보보호 수준, 작동의 유효성, 정보의 독점이나 배타적 사용 등을 막을 수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검토를 수행한다. 사업성 평가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시장경쟁력을 우선으로 검토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의 인적자원·네트워크 역량, 재무안정성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최근 전기차 충전 회사인 '차지인'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전기차 충전 플랫폼 프로젝트(EVZ)'를 평가받았다. 한국 사회의 핫 아이템인 교육 관련 사업에서도 이러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물론 전통적인 기업 평가가 그렇듯이 신기술인 블록체인의 평가도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가상 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정하고 독립적인 제삼자에 의한 객관적 평가만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 투자자, 이해관계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함으로써 올바른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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