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저금리 정책은 한계… 일자리 창출 위해 재정 정책 써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 애나 스탠스버리 하버드대 연구원
  • 0
  • 0
입력 2019.09.06 03: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WEEKLY BIZ Column]

'통화 블랙홀'에 빠진 유럽과 일본, 통화정책 함정 빠져


저금리로 대표되는 통화정책의 향후 과제가 경제학계의 이슈다. 한마디로 말해, 물가 목표치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수정, 양적 완화 조절은 지금 각국 경제가 맞닥뜨린 문제의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선진국들의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를 밑돌았고 일본은행의 전방위적 물가 상승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정책들이 사실은 거짓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통해 물가를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로 입증된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현재 '통화 블랙홀'에 빠져 있다. 통화 블랙홀이란 통화 완화 정책의 확장 범위가 매우 좁은 유동성 함정을 뜻한다. 미국이 한 차례 더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면 자칫 유럽과 일본처럼 통화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 현재의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다음 경기 침체가 닥치더라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거의 없다. 또 현재 1.5% 수준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움직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책 금리 방향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나 양적 완화와 같은 정책을 쓸 수 있는 여지도 매우 제한적이다.

저금리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 의문

이러한 상황은 '구조적 장기 침체' 개념에 힘을 실어준다. 이 개념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오하다.

전통적 정책 논의는 신케인스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들은 거시적 경제 문제는 시장 균형으로 수렴되는 속도가 너무 느려 발생하는 마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논리에 따르면 실질 금리를 낮추려는 모든 노력은 유용하며, 금리 탄력성이 커야 장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 과도하게 높은 실질 금리를 당장 해결해야 할 경우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각국 중앙은행은 매우 낮은 실질 금리와 더딘 물가 상승률이 동시에 나타나면 이를 금리를 더 내려도 된다는 근거로 해석하고 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 통화 정책을 쓰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저금리가 경기를 부양하는 능력은 약화됐거나 심지어 역행했다. 이론적으로 금리 하락은 내구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또한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은 금융회사들의 자본 건전성을 해치고 대출 능력을 약화시킨다.

금리 인하가 총수요에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치는 상황에서 완벽하게 유용한 실질 금리 수준은 있을 수 없다.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수요를 증가시키기보다 제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통화 정책은 완전 고용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물가도 끌어올리지 못한다. 금리 인하가 수요를 증가시킨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약하다면 우려할 문제다. 저금리로 인한 역효과가 단기적 수요 증가에 따른 효과와 맞먹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자산 가격 거품 촉진

거시적 관점에서 저금리는 자산 가격 거품을 촉진한다. 투자자는 차입 비용이 줄어 쉽게 대출받아 투자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문제가 됐던 대부분의 부채 증가는 2000년대 초 만연했던 초저금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미시적 관점에서 저금리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막는다. 대출해 주면 안 되는 취약한 기업들에도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기존 기업들에는 특혜를 줘 경쟁을 억제한다. 경제성이 없는 프로젝트에도 기업들이 쉽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구조적 장기 침체 대응으로 충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구조적 장기 침체는 경제학자 토머스 팰리의 최근 비판과도 관련이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실업률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구조적 장기 침체 이론을 세우는 과정에서 후기 케인스학파에서 오랫동안 강조해온 한 가지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근본적인 총수요 부족이 경제 상황에 변동을 일으키는 마찰이나 경직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조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면 구조적 장기 침체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재정 정책과 다른 수단을 활용해 수요를 촉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