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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따라가는 아베 일본 총리

윌리엄 페섹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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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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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윌리엄 페섹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경제칼럼니스트
트럼프와 아베가 동조(同調)하는 것일까. 아베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기로 한 결정은 따지고 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혼란의 속편이다. 아베는 지난 6월 G20(주요 20국) 회의에서 "자유롭고 열린 국제 질서를 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 뒤 트럼프가 건네준 각본을 읽은 모양이다.

사실 아베도 트럼프처럼 자국 내에서 외국을 압박해야 하는 동기가 있다. 일본 국내 문제다. 아베의 자민당은 일본 평화 헌법을 개정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일부 잃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파 세력을 더 결집할 필요가 있다. 일본 우파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뒤집었다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한국 대법원은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파가 부글부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보다 우파를 달랠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한국을 때리는 건 딱 시기적으로 적절한 전술인 셈이다.

아베는 또 '포퓰리스트 터프 가이'처럼 굴어 트럼프에게 '나도 같은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다. 일본 우파는 아베가 트럼프와 어색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트럼프는 북한의 핵 야심을 외면한 채 김정은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남의 일처럼 얘기한다. 트럼프 눈에 일본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아베가 포퓰리스트 터프 가이로 변신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베는 트럼프가 중국에 했던 것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관세 압박에 굴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은 살짝 뒤로 밀리는 듯한 동작만 보일 뿐이다. 아베 역시 문 대통령이 겁을 먹고 움츠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종합해보면 한·일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긴장이 세계 불황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굳이 맞을 필요 없는 역풍을 만들고 있다.

한·일 마찰에서 문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과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바탕에 둔 미래 지향적 관계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 갈등을 1998년 구도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한·일이 트럼프의 허풍과 시장 혼란에 맞서 힘을 합친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다. 트럼프나 아베처럼 사소한 사안을 전 세계 안정보다 앞세우는 지도자들에게 동조하면 안 된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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