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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고 두드리니 열어주더라" 18세 청년이 7년간 만난 사람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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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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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들에 물어본 성공 비결' 베스트셀러 낸 알렉스 바나얀


천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7세 때 영화학교 시험에 두 번 연속 낙방했다. 감독의 꿈을 포기할 법도 한데 스필버그는 상상치도 못할 곳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일단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투어버스를 타고 들어가 화장실에 숨은 뒤, 스튜디오 곳곳을 매일 돌아다녔다. 나흘째부터는 정장 차림에 아버지 서류 가방을 들고와 직원인 양 당당하게 경비원에게 인사까지 했다. 그렇게 영화 제작 세계에 들어온 스필버그는 영화계 스타와 제작진들과 식사를 하고, 녹음실·편집실에서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곁눈질로 배웠다. 그리고 반년 만에 26분짜리 단편영화 '앰블린'을 유니버설TV의 제작 부문 부사장에게 보여줄 기회를 잡았고, 할리우드 역사상 대형 스튜디오와 계약한 최연소 감독이 됐다.

스필버그가 영화감독이 된 방법은 당시 영화계에 전례 없던 일이다. 영화학교에 입학해 기초를 닦고, 졸업 후 현장에서 말단으로 시작하는 여타 감독들과 다르게 스필버그는 영화 현장에 무단출입하며 단번에 감독 계약을 따냈다. 이에 대해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의 저자 알렉스 바나얀(Banayan·26)은 "스필버그 감독은 남들과 다른 '제3의 문(The Third Door)'을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제3의 문'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할 창의적인 방법으로 꿈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바나얀은 어려서부터 의사가 돼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자랐다. 그렇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 진학했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그만뒀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문하던 중 각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이들이 어떻게 성공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뗐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TV 퀴즈 쇼에 참가해 1만6000달러(약 2000만원) 상당의 요트를 따내 자금을 마련했고, 7년 동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가수 레이디 가가 등을 좇았다. 바나얀의 사명이 오롯이 담긴 책 '나는 7년 동안 세계 최고를 만났다'는 출간 즉시 북미 지역 베스트셀러가 됐고,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됐다. 이후 알렉스 바나얀은 미 경제 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리더 30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30세 이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이름을 올렸다. 북투어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바나얀을 남대문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성공한 사람들의 첫걸음에 관심

―어떤 이유에서 유명인을 좇기 시작했나.

"빌 게이츠는 내 나이 때 회사를 만들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고, 컴퓨터 산업에 혁신을 일으켰다. 또 세계 최고 부호가 되었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는 세계 최고 자선사업가가 되었다. 빌 게이츠가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에베레스트산의 자락에 서서 정상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나와는 한없이 동떨어진 세계로만 보였다. 그러다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저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한 첫걸음을 뗐을까. 예를 들어, 웨이트리스에 불과했던 레이디 가가는 어떻게 첫 음반 계약을 따냈을까. 영화학교 입시에 실패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떻게 할리우드 감독이 되었을까. 이후 매일 도서관에 가서 답을 찾았지만, 나의 관점에 맞는 책은 하나도 없었다. 보잘것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는지 알아내겠다는 집념 하나로 시작된 일이다."

―7년 동안 누구를 만났나.

"일단 각 분야의 최고를 만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영 분야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이 리스트에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공연계에서는 가수 레이디 가가, 컴퓨터 공학 엔지니어인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컴퓨터 창립자, 시인 마야 안젤루,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 인류학자 제인 구달, 힙합 가수 핏불, 여배우 겸 창업자 제시카 알바, 프로듀서 퀸시 존스 등을 만났다."

남들 모르는 '제3의 문' 통과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니 어떻게 달랐나.

"그들에게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각기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지만, 보통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을 고안하고, 시도하는 점이 동일했다. 성공을 나이트클럽 문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세 가지 문이 존재한다. 첫 번째 문은 정문으로, 99% 사람들은 건물 모퉁이를 돌아 길게 이어지는 정문 줄에서 기다린다. 두 번째 문은 억만장자, 연예인, 금수저가 들어가는 VIP용 출입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세 번째 문이 있다. 이 문으로 들어가려면 줄에서 빠져나와 뒷골목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백 번 문을 두드리다 창문을 살짝 열고 주방으로 숨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빌 게이츠가 첫 소프트웨어를 팔았을 때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할리우드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 되었을 때도 그들은 모두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빌 게이츠는 어떻게 '세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갔나.

"게이츠는 하버드대 2학년이던 1974년 겨울 과학 잡지에 '세계 최초 미니 컴퓨터 알테어 8800'이 실린 사진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친구 폴 앨런과 함께 알테어를 만든 미츠(MITs)라는 회사에 편지를 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몇 주가 지나도록 답신이 없었지만, 게이츠는 회사에 직접 전화하는 용기를 냈다. 그는 미츠 대표에게 호기롭게 '알테어 8800에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완성했고, 직접 보여주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런 소프트웨어는 없었다. 미츠 대표가 뉴멕시코 본사에서 제품을 시연해 달라고 부탁하자, 게이츠는 8주 동안 밤을 새우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그가 판매한 첫 번째 상품이 됐다."

발품·아이디어·용기가 성패 갈라

-다른 사람들의 성공 첫걸음은 어땠나.

"토크쇼의 황제 래리 킹은 젊은 시절 라디오 방송국의 문을 두드리며 자기를 소개하고 일을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킹은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두드릴 수 있는 문을 전부 두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주식 중개인을 한 워런 버핏의 경우도 비슷했다. 누구도 주식을 팔려고 접근하는 무명의 젊은이를 만나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버핏은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 것처럼 접근했다. 레이디 가가가 무명 가수였을 때 공연 장소를 예약하고 홍보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웨이트리스로 번 돈을 투자해 본인의 포스터를 제작해 공연장 앞에 직접 붙이기 시작했다. 공연 관계자와 전화할 때는 스스로를 '레이디 가가의 매니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배우 제시카 알바는 가족 대부분이 암에 걸려 사망한 사실에 낙담하지 않고, 직접 유해 성분이 없는 생활용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수억달러 규모의 기업 '어니스트 컴퍼니'를 키워냈다."

―본인도 의사를 꿈꾸다가 대학을 중퇴하고, 집필에 매진했다는 점에서 '세 번째 문'을 택한 것 같다.

"그렇다. 나도 솔직히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다. 특히 나는 유대계 이민자 가정이다. 부모님이 나의 교육과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미국에 와서 고생한 것 아닌가. 처음 대학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어머니, 할머니 모두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심지어 내가 노숙자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표를 위해 달릴 수 있었던 건 이 길이 맞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절대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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