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불신임 투표 직면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테레즈 라파엘 전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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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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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Politics]


테레즈 라파엘 전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
테레즈 라파엘 전 월스트리트저널 에디터
보리스 존슨 총리 체제의 영국은 조기 총선에 나설까. 치른다면 언제, 어떻게 치를까. 영국법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열린다. 존슨 영국 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정치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그 노력과 상관없이 이번 가을쯤 존슨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달 초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다음 달 존슨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라면 이 도발적인 불신임 투표 위기를 한 번쯤은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럽연합(EU)과 합의 없이 헤어지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같은 험난한 여정을 확실한 리더십과 권한 없이 극복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예정대로 불신임 투표가 열리고, 이에 불복한 존슨 총리가 이르면 11월 조기 총선에 나선다면 그 이후 영국 정치판은 극적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존슨 총리는 여기에 착실히 대비하고 있다. 취임 이후 그가 내놓은 정책들을 훑어보면 그저 통상적인 공약처럼 보일 수 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 정책, 병원이나 의료 부문을 위한 대규모 정부 지출 확대, 철도와 공항·항만 인프라 보강, 경찰과 국경 수비대 인력 2만명 추가 채용이 그 예다. 그러나 이는 면밀히 살펴보면 모두 브렉시트와 관련된 정책이다.

부유층 감세 등 모두 브렉시트 관련 정책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완수할 만큼 탄탄한 리더십을 구축하려면 보수당의 이미지를 뜯어고쳐서 브렉시트당과 노동당 지지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다행히 브렉시트당과 이전 노동당이 주장하던 정책을 적절히 합치면 지향점은 보수당과 비슷하다. 2016년 열렸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한 52%가 보수당과 노동당에서 두루 나왔던 것이 그 증거다. 존슨 총리가 버밍엄, 코번트리, 울버햄프턴 같은 영국의 전통적인 공업 도시가 많이 분포한 웨스트미들랜즈의 노동자 세력을 끌어들인다면 새로운 보수주의의 장을 열 수 있다.

보수당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사상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발전했다. 공산주의·사회주의와의 다툼을 우파가 주도했던 시기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국가 간섭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술 격차, 비만, 사회적 불평등 같은 현대 문제들은 다른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마거릿 대처 시대에 통용되던 보수주의 사상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 영국 보수당의 홈페이지를 만든 사회활동가인 팀 몽고메리는 새로운 보수주의가 '지역과 안보'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슨의 정책적인 접근법이 사려 깊지 않을 수는 있어도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닌 것이다.

보수주의 사상가이자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비서실장이었던 닉 티머시는 "경제자유주의자들, 즉 국가의 개입을 의심하던 전통적인 대처주의자들 때문에 오늘날의 유권자들과 정부 사이 소통이 끊겼다"고 말한다. 그는 존슨 총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18억파운드(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로 발표한 것을 두고 "보수당이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선물'이자 보수당이 '안보와 연대'에 대한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높게 평가했다.

존슨 총리가 새로운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고, 스스로 일군 보수당 혁명을 완성하려면 일단 노딜 브렉시트 이후 찾아올 조기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브렉시트 이후 다가올 골치 아픈 협상들과 EU 국가들과의 충돌에서 영국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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