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핵융합 에너지 생산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마크 뷰캐넌 전 네이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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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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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마크 뷰캐넌 전 네이처 편집장
마크 뷰캐넌 전 네이처 편집장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그 중심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초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는 떨어져 플라스마 상태가 되는데, 플라스마 상태의 가벼운 원자핵들은 고속으로 나아가다가 서로 충돌하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부딪치면서 사라진 질량은 에너지로 바뀌는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인류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무한하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인류는 안전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을 갖게 되는 셈이다.

25년 전 젊은 물리학자일 때부터 핵융합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를 했지만, 연구 결과가 결실을 보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핵융합 개념은 간단하다. 연료가 되는 수소에 충분히 높은 압력과 온도를 핵융합이 일어날 때까지 꾸준히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원자핵과 전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압력과 온도가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을 견뎌내지 못한다.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가 50년째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결과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 3대 핵무기 연구소인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는 새로운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실험 환경을 핵융합에 이상적으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 핵융합 실험로 '이터(ITER)' 역시 2035년 에너지 발생을 목표로 공정률 60%에 도달했다. 이터는 핵융합 에너지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초대형 연구 개발 프로젝트다.

수십 년간 쌓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 도전하는 민간 기업도 줄지어 생겨나고 있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이란 회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연계해 2025년까지 작동 가능한 원자로를 지을 계획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분사한 '퍼스트라이트퓨전'은 주류 기법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사용해 핵융합에 도전한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 수년간 핵융합 에너지와 관련된 스타트업은 총 20개가 넘게 등장했다.

과학과 기술은 일반적인 학습 곡선을 따른다. 새로운 지식은 초반에는 빠른 속도로 많이 쌓이지만, 쉬운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학습 속도가 꾸준히 느려진다. 핵융합과 관련된 민간 부문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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