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구글 광고 이용해 방탄소년단 뛰어넘은 인도 가수

알렉스 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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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31 수정 : 2019.08.0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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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알렉스 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알렉스 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지난달 소니뮤직은 인도 출신 랩가수 바드샤(Badshah) 신곡 '파갈(Paagal)'이 유튜브 조회 수에서 하루 동안 7500만회를 기록,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나(Me)'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바드샤는 국제무대에선 무명에 가깝지만 인도 내에선 나름 히트곡도 있고 인도판 할리우드인 '발리우드' 제작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여러 번 참여한 유명 가수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선 난리가 났다. 가짜 뉴스라는 의혹부터, 처음 들어보는 인도 가수가 BTS나 테일러 스위프트랑 동급이라니 말이 되느냐, 조회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프로그램(봇·bot)을 쓴 것 아니냐는 갖가지 비난이 쏟아졌다. '파갈'은 사실 음악적으로도 평가가 높진 않다. 영국에서 아시아 음악 순위 31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데 유튜브에선 왜 그랬을까.

소문이 점점 악화하고 구글이 내막을 설명하지 않자 바드샤 스스로 실상을 고백했다. 구글에 돈을 내고 광고 형태를 빌려 신곡을 홍보했다는 것이다. 구글 광고 플랫폼 중 어떤 프로그램을 구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광고로 신곡을 알리고 유튜브 조회 6000만회를 달성하려면 광고료로 150만달러는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인도는 그게 싸다. 미디어 광고 업계에 따르면 인도에선 6600만회 노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0만루피(7만2500달러)에 불과하다. 바드샤는 이런 틈새를 한껏 활용한 셈이다. '파갈' 노래를 보고 들은 6600만명 중엔 그 곡을 싫어하고 보자마자 건너뛰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겠지만, 어느 정도 조회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화제에 오르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팬이 많아질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앞으로 히트곡을 만들어내려면 이렇게 구글에 광고료를 내야 하는 걸까. 그런 플랫폼이 분명 존재하는 이상, 이를 활용하려는 사람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도 홍보나 판촉 수단 중 하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어딘지 불공정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막을 방법은 없다. 구글 역시 자신들이 억지로 히트곡을 조작하진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돈을 받고 특정 곡을 광고 형태로 홍보해주는 영업 행위를 중단할 생각도 없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그냥 조용히 이런 풍조가 사그라들기를 기대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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