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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기술주 랠리가 한국 증시를 외면한 이유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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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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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와 기술 관련주들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는 고전하고 있다. 왜 그럴까? 올해 들어 글로벌 기술주는 28.5% 상승했다. 논리적으로 보면 기술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가 이런 글로벌 랠리를 이끌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9% 이상은 기술주다. 기술 관련주로 분류되는 통신서비스업 역시 7%를 차지한다. 유럽(기술주 비중 5.8%·통신주 4.7%)이나 미국(기술주 21.6%·통신주 10.1%)과 비교해도 기술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코스피의 올해 평균 상승률은 4.4% 수준으로, MSCI ACWI 지수(선진국·신흥국 대형주) 상승률인 18.9%에 한참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유럽 증시는 원화 기준 17.1% 올랐으며, 미국 증시도 21.7% 상승했다

상승장 막바지, 알려진 브랜드에 몰려

그렇다면 한국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섹터는 한 요소일 뿐이다. 다른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상승장 막바지에 다다르면 투자자들은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를 지니고 총매출 이익률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은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구축하고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며,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을 원한다. 거대한 글로벌 기술 기업이나 기술 관련 기업들이 바로 이런 카테고리에 속한다.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전 세계적 대형 기술주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다. 이른바 'FANG'이라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예다. 코스피에서 기술주로 분류되는 기업은 60여 곳인데,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2344억달러) 정도만이 세계적 대형 기술주의 글로벌 가중 평균치인 1600억달러를 상회한다. 둘째로 큰 SK하이닉스 시총은 461억달러 수준이며, 나머지는 작다. 통신주는 그보다 더 작다.

미국과 유럽 증시 수익률 추세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올 6월까지 미국 증시는 25.9% 상승(원화 기준)한 반면, 유럽 증시는 9.3% 올랐다. 그런데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와 통신주를 제외하면 상승률은 유럽 증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미국 거대 기술 기업과 FANG 기업이 미국 증시의 고공 행진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주목하라

대형 기술주 중심 랠리가 지속된다면, 코스피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영원한 건 아니다. 통상 소형주들은 상승 랠리 초반에 빛이 난다. 이는 투자자들 마음가짐의 차이다. 이미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클 만큼 큰 회사들은 따분하다. 대신 한국 주식시장 곳곳에 포진한 작은 기술 기업들에 열광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막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던 시기를 떠올려 보자. 세계 증시가 바닥을 경험했던 지난 2009년 3월 9일부터 그해 말까지 코스피는 57% 반등했다. 미국 증시 23.7%를 상회하는 수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하락 장세 이후 반등하는 시점이 한국 주식시장의 소형 기술주를 주목할 적기(適期)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승장 후반기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인지도가 높고 다양한 사업군을 가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재무제표가 탄탄하며, 총영업이익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금 상승장이 끝날 때까지는 인지도가 높은 기술 기업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한다. 이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다. 작은 규모 기업들처럼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 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헬스케어·에너지 분산 투자도 필수

현재의 산업 추세를 보면 대부분 산업에서 거의 모든 회사가 클라우드 기반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소비자 중심 모바일 컴퓨팅 분야가 성장하면서 모바일 디바이스, 무선 네트워크 장비와 메모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일부 투자자는 위에 언급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규모 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실현하길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거대한 기술 기업과 통신 기업, 심지어는 소비재 기업들이 위에 언급한 신흥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영향력과 규모의 경제 덕택에 낮은 비용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모든 내용을 기술주에만 투자하라는 이야기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분산 투자는 필수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MSCI ACWI에서 기술주와 통신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6.2%와 8.8% 정도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약 25%를 대형 기술주에 할애하고, 약 10% 정도를 기술 관련 통신주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머지는 대형 헬스케어나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부문도 급성장하는 수요와 신흥 시장 성장에 혜택받는 업종이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장세에서는 높은 영업이익과 자금력을 갖춘 대형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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