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terview in Depth

간결한 가구가 멋있다는 인식 확산… 북유럽 디자인, 한국 전통 철학과 통해

유진우 기자
  • 0
  • 0
입력 2019.08.09 10:36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북유럽 디자인의 인기 비결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스칸디나비아 일대 국가의 가구나 생활 소품 등을 일컫는 북유럽 디자인은 2000년대 후반 국내에 퍼지기 시작해 이제는 주부들의 확고한 워너비(이상형)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비싼 수입 가구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가구가 단연 인기를 끌었다. 미끈한 조각 같은 디자인과 보기만 해도 화려한 소재로 꾸며진 이탈리아 침대, 소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경제력을 갖춘 30~50대를 중심으로 '화려함보다 간결한 디자인이 멋스럽고, 이런 가구들이 다른 가구들과 튀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바리에르(노르웨이), 프리츠한센(덴마크) 같은 북유럽 가구 브랜드가 이탈리아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백화점 가구 매장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기 시작했다. 뒤이어 이탈라(핀란드), 로얄코펜하겐(덴마크)과 같은 북유럽 식기·생활용품 브랜드의 공습이 이어졌다.

북유럽에서 가구와 생활용품이 발전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햇빛 비치는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은 날씨 덕을 봤다고 입을 모은다. 추운 날씨 탓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구와 생활용품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 이 때문에 북유럽 가구는 기후가 변해도 가구가 뒤틀리는 일이 드문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북유럽과 우리 고유의 디자인 감각이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도 있다. 군더더기 없이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 나뭇결이나 가죽의 무두질 자국 같은 소재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제품에 녹여내는 북유럽 디자인 철학은 조선시대나 그 이전 목공예에서도 드러난다. 스웨덴의 디자인 전문가 잉그리드 솜마르는 저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서 "북유럽 디자인이라 말하는 사조는 20세기 중반쯤 나타난 현상이지만, 북유럽 특유의 견고함과 단순함을 이해하려면 북유럽 문화의 바탕에 깔린 농경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경 사회나 가족 중심 정서, 소박함과 단순함 같은 보편적인 느낌 때문에 거부감 대신 친근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