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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추진해도 최첨단 장비는 외국서 한동안 갖다 써야"

이위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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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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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산업協 안기현 상무

국산화 반드시 필요 이번 일로 자극될 것
시간 오래 걸려 타격은 감수해야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도 어차피 최첨단 장비는 (일본에서) 갖다 써야 한다. 장비까지 국산화하려면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사진> 상무가 내린 진단이다. 안 상무는 공학박사로 SK하이닉스와 KAIST 나노종합기술원 등을 거친 기술자 출신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제조부터 시작했다. 소재와 장비는 미국·일본 제품을 가져와서 양산(量産)에 착수했다. 그런 전통이 이어지다 보니 소재 분야 산업 생태계 발전이 부진했던 것. 안 상무는 "이번 일이 소재 산업 발전을 자극하는 촉매가 될 순 있다"면서도 "선진(일본) 기술을 따라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 받을 타격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한국도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면서도 "다만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굳이 필사적으로 국산화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데까지 발을 들여야 한다는 게 아쉬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일본이 가장 먼저 규제 조치를 내린 품목 중 불산은 일본 기업도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불산의 89%가 한국으로 수출됐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수출 규제는 타당한 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일 무역 분쟁은 연말~내년 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 상무는 "아베가 자국 기업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반도체 산업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 비중이 높다. 시스템 반도체는 점유율 3.1%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는 시스템이 메모리보다 2~3배 크다. 안 상무는 "한국반도체는 식당이지 재료를 공급하는 곳은 아니었다"면서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를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패블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foundry·위탁 생산) 분야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안 상무는 "사업성으로 볼 때 파운드리가 유망하고 대만이 파운드리를 지원하면서 패블리스가 같이 성장했다"면서 "우리도 이런 모델을 본받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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