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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이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안다… 얼굴 인식 정확도 99%, 中 쾅스커지

남민우 기자 | 조은샘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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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8.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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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실험실 3명이 게임 만들다 창업…
알리페이의 안면인식 결제 '숨은 주역'

얼굴 인식 정확도 페이스북 넘어서…
디디추징·중신은행 등 속속 시스템 도입


2015년 독일 하노버 전자통신전시회(CeBit). 기조 연설자였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연설 도중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얼굴에 들이밀더니 순식간에 독일 우표를 주문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알리바바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알리페이의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스마일투페이(Smile to pay)'라는 이름이 붙은 이 결제 방식은 스마트폰 앱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 카메라에 미소를 보이면 약 2초 만에 결제가 된다. 당시로선 흔치 않았던 간편 결제 신기술이었기에 마 회장의 퍼포먼스는 알리바바의 소규모 팀으로 출발한 앤트파이낸셜의 핀테크(금융+기술) 기술력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였다.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알리바바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그러나 실제 안면 결제 인식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숨은 주역은 2011년 문을 연 쾅스커지(MEGVII)였다. 아직 국내에서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올해 상반기 100대 인공지능(AI) 기업 중 둘째로 많은 자금을 모은 기업일 정도로 전 세계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CB인사이츠).

마윈 '스마트 페이' 공개때 첫 선

쾅스커지의 출발은 중국 대학가에서 컴퓨터공학 실험 분야의 소수 정예반으로 잘 알려진 칭화대 야오치즈(姚期智)반이었다. 중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튜링상을 받은 야오치즈 교수가 만든 반이다. 공동 창업자 인치(印奇)와 탕원빈(唐文斌)은 야오치즈반 동기였는데, 창업 공모전 과제로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까마귀가 왔어요(Crows Coming)'라는 제목의 게임을 개발했던 게 창업의 계기였다. 이 게임이 예상치 못하게 애플 앱스토어 중국 무료 앱 순위 3위까지 오르는 등 히트를 치자 두 창업자는 안면 인식 기술의 잠재력을 알아챘다. "우리의 창업은 과제를 하듯이 시작했다가 어느새 인재 2000여 명이 모인 회사가 됐다"고 인치 창업자는 설명한다.

공학도답게 세 창업자는 기술력 향상에 목을 맸다. 인치는 칭화대 졸업 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나 3D 컴퓨터 영상 분야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하드웨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려 노력했다. 그는 런민일보 인터뷰에서 "3명 다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했던 터라 미국에서 하드웨어 지식을 쌓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쾅스커지를 설립한 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컴퓨터 시각 분야 천재로 불리는 쑨젠(孫劍) 수석연구원 등 해외파 인재를 영입하면서 기술력 향상에 전력 질주했다.

쾅스커지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것은 2014년. 쾅스커지의 '페이스++'의 안면 인식률이 97.27%의 정확도를 기록하면서 페이스북의 기록(97.25%)을 근소하게나마 앞지르면서부터다. 그해 12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CB인사이츠 기준)로 매겨졌다. 또 인치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알리바바 등 대기업에 기술력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알리바바가 신유통의 일환으로 KFC의 Kpro 매장과 신선식품 체인점인 허마셴성 상하이 매장에 2016년 안면 인식 결제 기술을 제공했던 게 대표적이다. 쾅스커지의 안면 인식 정확도는 현재 99%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학교·편의점·성형 수술에 상용화

안면 인식 기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과학기술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 등 상당수 전문가 집단이 꼽는 대표적인 혁신·미래 기술이다. 상용화 속도는 아직 국가마다 제각각이다. 아직 대다수 국가에선 스마트폰 안면 인식 잠금 해제 기술 정도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반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비교적 적은 중국에선 결제, 범죄자 추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 분야에서는 중국 우버로 알려진 디디추싱이 안면 인식 기술로 운전자와 승객 정보를 확인한다. 샤오미금융, 중신은행, 베이징은행 등 시중은행에서도 고객의 금융거래에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 중이다. 공공 분야에서는 중국 공안이 범죄자 추적을 위해 안면 인식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다.

쾅스커지 역시 민간·공공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안면 인식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령, 중국 공안은 쾅스커지의 기술로 탈주범 수천 명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쾅스커지의 핵심 기술인 '페이스++'는 중국 시민들의 실생활에도 퍼져 있다. 예를 들어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는 학생과 선생님의 등하교 혹은 출퇴근을 관리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경보를 울리기도 한다.

최근엔 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편의점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항저우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스마트 편의점에는 회원 정보를 인식할 수 있는 안면 인식 카메라, 열 분포 측정, 고객 이동 경로와 진열대를 연결시키는 스마트 시스템이 있다. 입장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포착되는 소비자의 얼굴로 회원 정보가 식별된다. 앱을 통해 자동으로 원하는 물품을 신속하게 안내받아 찾을 수 있고, 실시간 이벤트도 안내받는다.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을 한꺼번에 스마트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단 몇 초 만에 스마트 계산대가 알아서 계산을 해준다.

쾅스커지 관계자는 WEEKLY BIZ에 한국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페이스++ 기술은 쌍꺼풀, 턱의 V라인, 얼굴 윤곽, 입술 교정 등 성형 시술 시 다양한 세부 항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며 "이런 방면으로 페이스++ 기술을 한국 시장에 수출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①1억7000만 대의 보안카메라로 구성된 중국 경찰의 스카이넷 시스템. ②안면 인식 기술로 사람들을 추적하는 쾅스커지 시스템. ③쾅스커지의 안면 인식 기술로 학생의 성적관리 파일을 불러오는 모습.//블룸버그·메그비(MEGVII) 이미지 크게보기
①1억7000만 대의 보안카메라로 구성된 중국 경찰의 스카이넷 시스템. ②안면 인식 기술로 사람들을 추적하는 쾅스커지 시스템. ③쾅스커지의 안면 인식 기술로 학생의 성적관리 파일을 불러오는 모습.//블룸버그·메그비(MEGVII)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운용체계 공개

안면 인식 기술로 도약한 쾅스커지의 다음 목적지는 사물인터넷이다. 이에 따라 회사 로고에 박혀 있던 'Face++'를 없애는 대신 브랜드명을 '메그비쾅스'로 변경하고, AIoT(스마트 사물인터넷) 운용 체계 허투(HETU·河圖)를 발표했다. 허투가 탑재된 로봇은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끼리 서로 협업을 하는 협동 지능을 보유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창고 저장 최적화, 적재 중량 적정화, 작업 조율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고, 로봇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자가 학습을 하는 기능을 갖췄다. 현재 알리바바의 티몰마트, 커제물류(科捷物流), 미국 P&G 등에서 이를 사용 중이다. 로봇 400대를 가동한 티몰은 운영 효율이 40% 이상 높아졌다는 게 쾅스커지 측의 설명이다. 인치 창업자는 "글로벌 AI 기업으로서 이미 동남아시아, 일본, 한국에 진출했으며 각 시장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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