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똑같은 車는 단 한 대도 없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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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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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것이 진정한 고객만족 경영 ① 롤스로이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롤스로이스가 만든 '팬텀 트랭퀼리티' 차량의 실내 모습. 광섬유 램프를 활용해 차량 천장에 고요한 밤하늘을 표현했다. / 롤스로이스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롤스로이스가 만든 '팬텀 트랭퀼리티' 차량의 실내 모습. 광섬유 램프를 활용해 차량 천장에 고요한 밤하늘을 표현했다. / 롤스로이스
프랑스 파리에 사는 한 여성은 자기가 좋아하는 샤넬의 분홍색 립스틱 색깔을 한 차량을 타고 다닌다. 한 남성은 자가용 천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밤하늘의 모습을 자동차 천장에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는 고객이 원하는 어떤 차든 만들 수 있다는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다.

천장을 밤하늘로 만들기 위해 롤스로이스는 광섬유 램프 1340개를 수작업으로 달았다. 차량 색깔은 4만4000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그 숫자도 놀랍지만 그중에도 마음에 드는 색깔이 없으면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특정한 꽃 색깔, 자기가 아끼는 애완견의 털 색깔도 가능하다. 페인트에 다이아몬드나 금, 은을 곱게 갈아 섞을 수도 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를 섞은 페인트를 칠한 롤스로이스 모델도 있었다. 원하면 운석에서 추출한 광물로 운전석 센터페시아 부분의 버튼을 만들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지만 맞춤 차량에 어울리는 지팡이, 여행용 가방도 함께 만든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롤스로이스는 타는 수단이 아니라 수집하고 싶은 대상"이라며 "롤스로이스의 한계는 오직 고객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의 한계는 오직 고객의 상상력"

롤스로이스에선 이런 서비스를 '비스포크(Bespoke)'라고 부른다. 영어로 '(고객이) 말하는 대로'라는 뜻이다. 소비자가 평소 꿈꿔 왔던 차를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롤스로이스 차 중에서 똑같은 차는 한 대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를 위해 롤스로이스는 영국 남부 굿우드 본사에 별도로 비스포크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원은 모두 각 분야의 최고 장인이다. 이들은 차량을 인도한 뒤에도 고객이 원하면 직접 찾아가 수작업을 한다. 롤스로이스의 페인트 장인 마크 코트는 차량 옆면에 추가로 선을 그리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까지 날아간 적도 있다. 물론 비용은 차주가 냈지만 롤스로이스의 정성에 감동했다고 한다.

롤스로이스의 공동 창업자인 헨리 로이스는 직원들에게 "모든 과정에 완벽을 기하라. 존재하는 최고의 것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없다면 직접 창조하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바로 비스포크 서비스의 철학이다. 이런 전통은 1998년 회사가 독일 BMW에 인수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스 대표는 "비스포크는 롤스로이스이고,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다"라며 "극도로 개인화된 자동차야말로 고객을 진정으로 흥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롤스로이스는 많은 차를 만들어내는 대중 브랜드는 아니다. 가격표가 4억원부터 시작한다. 그래도 해마다 4000대씩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수 제니퍼 로페즈,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롤스로이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적이 있는 마니아다. 의외로 IT 사업가, 스포츠 스타, 할리우드 스타 등 젊은 고객이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뮐러-외트뵈스 대표는 "최근 세상이 디지털화하면서 자기 자신을 브랜드로 성공한 젊은 부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롤스로이스의 극단적인 고객 접근법에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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