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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딱정벌레 소형차 '비틀'의 멸종

크리스 브라이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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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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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크리스 브라이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은 최근 멕시코 공장을 마지막으로 주력 차종이었던 소형차 비틀(Beetle)의 생산을 중단했다. 비틀은 1938년 탄생해 '딱정벌레 차'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폴크스바겐의 아이콘이었다. 나치 정권을 거쳐 전후 세대엔 '소형차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전 세계에서 2250만대 이상이 팔려 도요타 코롤라, 포드 픽업트럭, 폴크스바겐 골프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많이 팔린 차종. 하지만 2012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줄면서 끊임없이 단종설에 시달려 왔다.

비틀의 몰락이 더 뼈아픈 이유는 멕시코 공장에서 비틀 생산을 대체할 제품이 소형 SUV라는 점이다. 폴크스바겐의 새 SUV 모델은 비틀의 사랑스러운 '딱정벌레' 이미지를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담하면서도 경제적인 '비틀'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효과적인 수단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차는 서구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SUV를 더 선호하고 있고, 자동차 기업도 SUV에서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어 소형차가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소형차의 몰락은 환경은 물론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형차는 미국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 실패했다. 최근 트럭·SUV의 선호도가 다시 커지면서 대형차 선호 경향은 더 고착화되는 추세다. 트럭과 SUV의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이로 인해 평균 신차 구매 금액이 3만700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저금리로 돈 빌리기가 쉬워진 덕분에 사람들은 더 큰 차를 사는 데 거리낌이 없다. 낮은 유가도 대형차 구매를 부추긴다.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소형 SUV는 연료 절약형 모델이 많아 유가 상승이 SUV 선호 추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SUV는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경차보다는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도 SUV 선호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자동차 기업이 소형차 대신 SUV를 파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로 인해 저소득층과 20~30대 소비자는 점점 더 새 차를 구입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중고차 시장을 기웃거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차량 공유부터 공유 자전거, 공유 전동차 등이 도심 지역에서 대안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SUV의 부상은 경제적인 경차를 시장에서 내몰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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