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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디자인 어머니, 조너선 아이브의 은퇴

마크 공글로프 블룸버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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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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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마크 공글로프 블룸버그 에디터
마크 공글로프 블룸버그 에디터
미국을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기업을 꼽으라면 애플을 빼고 말할 수 있을까. 애플을 수식하는 말은 무수히 많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든가,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 전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이 그 예다. 애플을 세운 스티브 잡스를 제외하면, 여태 애플의 이미지를 여기까지 끌어올린 공은 당연히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OO)인 조너선 아이브에게 돌려야 한다. 실제로 잡스가 떠난 이후 아이브만큼 애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은 로고가 없어도 '애플' 제품이라고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애플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알루미늄에 대한 집착, 둥근 모서리, 매끄럽고 돌출 부분이 없다시피 한 기기는 아이브 디자인의 핵심 요소다. 아이브의 강박에 가까운 디자인 미학은 애플 경쟁력의 중추였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과 같은 산업 역사에 남을 역작들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잡스와 아이브는 파산 문턱에서 헤맸던 애플을 세계 최정상의 테크 기업으로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제품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문화를 바꾸고 삶을 개선했다.

이제 애플은 커다란 변혁의 순간을 맞았다.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들은 아이브의 퇴사가 단지 애플뿐 아니라 미국 기업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애플이 강세를 보였던 '하드웨어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예전 같지 않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매출은 1% 정도 줄었다. 올해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최소 3%에서 최대 5%까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획기적인 기능이나 고사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줄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소프트웨어의 시대에서 애플이 주장하던 '아름다운 하드웨어 디자인'은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아이브의 새 출발이 '잡스 시대의 진정한 종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애플의 신제품을 갈망하고, 업계에서 애플의 지위는 굳건하다. 애플 제품은 다른 경쟁사 제품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린다. 아이브가 선보인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기능적이지만 산만하지 않은 디자인이 전자제품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놨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잡스와 아이브가 남긴 유산은 예상처럼 금세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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