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over Story

"당신의 광고는 틀렸다… 익명의 대중보다 50명 열성팬을"

이위재 차장 | 최종석 기자 | 헤이스팅스 온 허드슨(미국)=유진우 기자
  • 0
  • 0
입력 2019.06.21 03: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Cover Story]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뉴욕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30㎞가량 떨어진 헤이스팅스 온 허드슨(Hastings on Hudson). 인구 7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스타벅스는 고사하고 변변한 커피숍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나가는 자동차마저 드물다. 택시 기사는 "택시 운전을 한 지 15년이나 됐지만, 택시를 타고 이 마을까지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한적한 마을 깊숙이 숨어 있는 오래된 빨간 벽돌 빌라 3층.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Godin·58)의 사무실이다. 고딘은 '마케팅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 '이카루스 이야기' 같은 세계적인 경영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이자 마케팅 전문가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걸려 있다. 이런 명성에 비해 사무실이 지나치게 소박해 보였다. 그래서 주소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문 앞에서 고딘에게 전화를 걸자 직접 문밖으로 달려 나왔다. "고생하셨죠? 이곳을 찾기 힘드실 것 같아서 전화로 인터뷰하자고 했던 겁니다."

기술 발전에 한참 뒤처진 마케팅

고딘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번 질문을 던지면 10분 가까이 쉬지 않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기술과 제품의 혁신 방식은 21세기 수준인데, 마케팅 방식은 20세기 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마케팅의 핵심 수단인 광고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머릿속에서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광고를 떠올려 보세요. TV광고가 아니라면 옥외광고나 지면광고도 좋습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광고업계 마케터가 아닌 이상 겨우 한두 개 정도만 생각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나마도 정말 인상적이었다기보다 가장 최근에 봤거나, 제일 자극적인 광고였을 가능성이 크죠. 그 광고 브랜드가 지난 5년간 어떤 이미지로 다가왔는지 소비자에게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기업들은 이처럼 성공 여부조차 불확실한 단발성 광고에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죠. 광고를 보고 '이 제품을 사야겠다'고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였습니까?"

그렇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은 어떤 것일까. 고딘은 "누구든 사로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지 못한 광고의 말로는 결국 잊히는 것뿐"이라며 "모든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진정한 마케팅"이라고 규정했다. 또 "익명의 대중을 기쁘게 하려고 하지 말라. 당신이 사라지면 아쉬워할 50명부터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확실한 열성팬(fandom)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여부에 마케팅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빅데이터 집착을 버린 기업들이 소비자와 작아도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려 하는 것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광고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무작위 살포보다 열성팬 확보에 주력해야

고딘은 기업 중심의 마케팅을 소비자 중심으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그의 해법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인 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에 작은 비디오 대여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업체로 변신한 이후 열성팬 확보에 주력했다. 개별 구독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구독자들을 연계했다. 불특정 다수보다 소수의 고유한 욕구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이다. 이후 넷플릭스는 열성팬들 간의 '입소문 마케팅' 덕에 차차 몸집을 불리다 마침내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공룡으로 성장했다. 미국총기협회(NRA)도 회원들 간의 유대감과 동질감 형성에 마케팅 초점을 맞춰 성공한 사례이다. 총기 사고 속에 대중의 비난이 높아지자 협회 회원 행사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회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어야 외부 비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삼성전자는 미국 진출 초기에 큰 역할을 했던 열성팬들을 이후에 잃어버리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마케팅 수단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인 기업도 이 수단들을 잘 활용하면 경영에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떤 마케팅 전략을 써야 가장 효과적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마케팅 대가인 고딘을 직접 인터뷰하고 역대 주요 마케팅 사례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