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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적게, 폼은 나게'… 무섭게 크는 아일랜드 옷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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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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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세계 SPA업체들 "자라를 잡아라"

프라이마크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이마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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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이마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블룸버그
아일랜드 패스트패션 업체 프라이마크(Primark)가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1969년 아일랜드 더블린 한 가게에서 출발한 프라이마크는 영국을 정복하고 스페인과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를 거쳐 2015년 미국 땅을 밟았다. 저가를 표방하는 잡다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프라이마크는 초저가를 최대 강점으로 장착하고 진격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10년 사이 3배로 뛰었다. 2018년엔 74억7700만파운드(11조1959억원)를 기록했고, 미국 내 매출은 전년보다 103% 증가했다. 소셜미디어에선 '프라이마니아(Primania)'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충성 고객이 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프라이마크를 '패스트패션 2.0'으로 부르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유통 전문 잡지에서 뽑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100대 유통 업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프라이마크 슬로건은 '돈은 적게 폼은 나게(Look good, pay less)'. '무지막지하게 싸지만 괜찮은 옷'을 내놓는 게 목표다. "월마트 가격에 포에버21 패션을 경험해보세요"라면서 고객들을 유혹한다.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바로는 프라이마크 제품은 H&M보다 40%, 갭(Gap)보단 75% 싸다. 저렴하기로 유명한 포에버21보다도 20% 싸다. 프라이마크가 2015년 보스턴에 미국 내 첫 매장을 열었을 때 고객들은 7달러짜리 청바지, 3.5달러 티셔츠와 1.6달러 탱크톱에 열광했다. 동급 스웨터드레스를 놓고 봤을 때 갭에선 30달러, 유니클로 50달러, H&M은 25달러에 팔지만 프라이마크는 14달러에 내놓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창고 없애는 역발상

이런 프라이마크의 초저가 전략은 어떻게 가능할까. 핵심은 기존 의류 업체가 안고 있는 비용을 끊임없이 줄이는 데 있다.

첫째, 온라인 쇼핑몰이 없다. 대부분 브랜드가 온라인으로 달려가는 것과 달리 프라이마크는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한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보여주긴 하지만 사려면 매장을 찾아야 한다. 매장이 대부분 6500㎡(약 2000평) 이상으로 상당히 넓다. 영국 맨체스터 매장은 1만4400㎡에 달한다. 브리지 도너휴 프라이마크 사업개발 총괄책임자는 "온라인에 뛰어들려면 플랫폼 개발과 관리, 고객 지원 등에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다"며 "차라리 원래부터 잘하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고객이 매장을 더 자주 찾도록 특정 기간 한정 판매를 자주 벌인다. 옷뿐 아니라 신발·지갑·귀걸이·열쇠고리 등 다양한 패션 관련 상품도 곁들인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2017년 12월 1~25일 선보인 미키마우스 열쇠고리는 매일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25개를 전부 사 모으는 마니아까지 창출했다.

둘째, 창고가 없다. 매장에선 보유한 모든 상품을 진열한다. '오늘 들어온 제품은 오늘 다 팔자'는 게 원칙이다. 진열 제품 중 맞는 치수가 없다면 그건 다 팔렸다는 얘기다. 고객 입장에선 부지런히 매장을 찾아야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어 자연스레 자주 매장을 찾는다. 덕분에 판매량 증가도 부수 효과로 누린다. 물론 재고 관리 담당 직원이 필요 없어 인건비 절약은 덤이다.

셋째, 제품 홍보는 고객에게 맡긴다. 고객이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프라이마니아'라고 올리면 매장 내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띄우면서 분위기를 북돋운다. 고객들이 옷 입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매장 곳곳에 전신 거울과 네온사인 등 포토존을 다양하게 꾸며 놓았다. 이는 곧 광고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넷째, 전문 디자이너가 없다. 기획과 디자인 과정을 거치는 다른 의류 업체와 달리 프라이마크에는 기획팀만 있다. 기획팀이 명품, 유행, 영화, 인플루언서 등 화제 아이템을 분석해 간단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신상품에 반영한다. 영화 '스타워즈' 개봉 시기에 맞춰 스타워즈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 '해리포터'가 인기일 때는 해리포터 후드티를 발 빠르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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