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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일본 맥도널드에 무슨 일이?

이위재 차장 | 하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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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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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반전의 주역 사라 카사노바 CEO


사라 카사노바 일본 맥도널드 CEO가 지난 2014년 7월 유통기한이 위조된 닭고기를 사용해 파문이 커지자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일본 맥도널드홀딩스 CEO가 된 카사노바. / 블룸버그 이미지 크게보기
사라 카사노바 일본 맥도널드 CEO가 지난 2014년 7월 유통기한이 위조된 닭고기를 사용해 파문이 커지자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일본 맥도널드홀딩스 CEO가 된 카사노바. / 블룸버그
캐나다인으로 2013년 일본 맥도널드 지휘봉을 잡은 사라 카사노바(Casanova)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듬해인 2014년 7월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 사용 문제가 불거지고 요리에 이물질이 섞였다는 지적이 터지면서 사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등을 돌렸고 2015년 일본 맥도널드는 350억엔 적자를 기록하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그해 12월부터 반등을 시작, 최근까지 41개월 연속 전년 동기 실적을 웃돌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2723억엔(약 2조9700억원)으로 경쟁 업체 모스버거 713억엔, 롯데리아 267억엔, 버거킹 88억엔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카사노바 CEO가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①현장에서 답을 찾다

위기에 빠진 일본 맥도널드를 구하기 위해 카사노바는 가장 먼저 전국 매장 점검에 나섰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객이 맥도널드에서 원하는 게 뭔지 직접 느껴봐야겠다"면서 2000여 개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 매장을 일일이 찾았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원래 맥도널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카사노바는 저렴하지만 맛있는 햄버거, 현대적인 디자인의 청결한 매장,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이라는 3대 목표를 내걸고 개혁에 착수했다. 도쿄 본사 명칭도 '중앙 레스토랑 지원사무소'로 바꾸고 일본 매장을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 본부에 마케팅·인재·재무권한을 줬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배려한 조치다.

②기본으로 돌아가 매장과 메뉴 개편

카사노바는 메뉴 품질과 안전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품질(Q), 서비스(S), 청결(C)의 영어 약자를 딴 'QSC'는 맥도널드 창업자 레이 크록이 중시한 '기본 헌장'이다. 카사노바는 캐나다 맥도널드에서 마케팅 총괄책임자로 근무하며 얻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현장 경험을 일본 직원들과 공유했다. QSC의 중요성을 담아 12만명 종업원 교육 프로그램도 다시 짰다.

매장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지은 지 오래되어 낡은 매장은 고객이 꺼린다고 판단하고 노후 매장을 전면 재단장한 것.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어야 손님이 찾아온다"는 신념으로 전체의 92%에 해당하는 2600여 개 매장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단장했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햄버거'라는 기본 메뉴도 강화했다. '저렴한 맥버거' 시리즈에 에그치즈버거 등 햄버거 식감을 최대한 살린 3종류 200엔 햄버거로 제품 구성을 짰다. 오후 5시 이후 주문한 햄버거 세트메뉴에 100엔을 추가하면 패티를 하나씩 더 얹어주는 선택 사항도 가미했다.

'기간 한정' 메뉴에 집착하다 위기에 빠졌던 과거 실패담도 교훈으로 삼았다. 맥도널드는 2015년 건강붐을 타고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생야채를 듬뿍 넣은 '프레시(신선한) 버거'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접었다. "정크푸드를 먹고 싶어 방문하는 고객 욕구를 제대로 꿰뚫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이 잇따랐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메가맥과 쿼터파운드 햄버거 등 400엔을 웃도는 고가 햄버거 열풍을 주도했지만 이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햄버거 단가가 상승하자 다른 단품이나 세트메뉴 구입을 꺼리면서 2012년부터 고객당 구매 단가가 오히려 하락했고 고객 이탈이 생겨났다. 2015년 카사노바가 직접 영입한 아다치 히카루 CMO(마케팅 담당 최고임원)는 "한정 메뉴가 인기를 끌어도 전체 판매의 30%를 넘기지 않는다"라는 내부 규칙까지 정했다.


③고객이 메뉴명 정하는 이색 이벤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즐거운 매장 만들기에도 적극 나섰다. 2016년부터 일본 맥도널드는 홈페이지에 '메뉴명 모집 버거'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새로운 메뉴 아이디어 공개 모집에는 2주간 평균 100만건, 총 500만건의 의견이 쇄도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부터는 앱을 통해 '맥도널드 총선거' 이벤트를 열고 있다. 매장에서 메뉴를 구입한 고객이 직접 인기 메뉴를 선정하는 행사다. 2017년에는 더블치즈버거가 1위에 올랐는데 이를 기념해 치즈를 한 장 더 얹어 '트리플 치즈버거'로 업그레이드해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④외부 인사 영입해 조직 쇄신

품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2015년 1월 카사노바는 혁신을 주도할 주요 직책에 외부 인사를 직접 영입했다. 니가타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관리직 출신 시모히라 아쓰오 부사장과 일본어패럴 브랜드 '온워드' 임원이던 아다치 히카루 CMO는 카사노바 체제 혁신을 2인3각으로 이끌었다. 아다치 CMO는 지난해 3월 선풍적 인기를 끈 '밤맥(밤에 먹는 맥도널드)' 메뉴 출시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아다치는 오후 5시 이후 100엔에 고기 패티를 추가해주는 '밤맥' 메뉴를 임원 회의에 올렸는데 다른 임원들 반대에 부딪혀 애를 먹었다. 당시 일본 맥도널드는 하루를 4시기 (아침, 점심, 간식, 저녁·심야)로 나눠 운영했는데 오후 5시 이후 매출 규모는 점심의 30~40% 수준에 불과해 '밤맥' 도입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카사노바가 아다치에게 적극 힘을 실어주면서 2017년 6월부터 나고야 등 일부 지역에서 시험 판매에 들어갔고, 두툼한 햄버거 두께가 소셜미디어에서 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밤맥'은 2018년 3월 모든 매장에서 정식 메뉴로 입성했다.

카사노바는 "오랫동안 한 조직에 몸담게 되면 새롭게 도전에 나서기란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카사노바는 시세이도 마케팅 담당자를 마케팅 임원으로 영입하고 지난 3월엔 후임 사장에 일본존슨앤드존슨 히이로 다모쓰 전 사장을 스카우트했다. 내부 승진이 어려워진 기존 직원들이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카사노바는 "다양한 인재가 모여야 강한 조직이 만들어지고 실적이 상승한다"면서 이를 진정시키고 있다.

⑤무인화 대신 '접객 서비스' 강화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 계산기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일본 맥도널드는 이런 무인화 흐름에 역행해 주문한 메뉴를 고객 좌석까지 직접 가져다주는 '테이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지난 1월 오키나와현, 4월부터는 시즈오카현 일부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전체 매장 절반에 도입할 계획이다. 과잉 서비스로 인력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서비스 대상 고객을 짐이 많은 아이를 동반한 고객 등으로 한정했다. 카사노바는 "패스트푸드업계가 다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할 게 아니라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가 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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