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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하면 테슬라? BYD가 앞질렀다, 지난달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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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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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턱밑까지 추격한 BYD 왕촨푸 회장

1분기 순익 1292억원작년 동기비 632%↑
홍콩·선전 증시서 BYD 시총도 4월 한때 테슬라 앞질러


자료=마켓워치·홍콩증권거래 / 그래픽=김란희 이미지 크게보기
자료=마켓워치·홍콩증권거래 / 그래픽=김란희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왕촨푸(王傳福·53) 회장이 자신감을 얻고 있다. 올 들어 역대 최고의 경영 실적을 내면서 경쟁 업체인 미국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 1·2위를 다투는 테슬라와 비야디는 최근 기업 경영 성과가 두드러지게 엇갈렸다. 지난 1분기(1~3월)에 테슬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비야디는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비야디가 한때 시가총액으로 테슬라를 추월한 것이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큰 인지도만큼 실리를 챙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지도에선 뒤지지만 실제로 주머니를 불리고 있는 건 비야디"라는 말도 나온다.

1995년 직원 20명인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한 비야디는 현재 22만명이 넘는 직원을 가진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부상 중이다. 왕 회장은 "우리가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밀릴지 몰라도 기술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상반기 순익 작년보다 200%이상 늘 것"

비야디는 올해 1분기 7억 4973만위안(약 129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2% 증가한 수치이며, 2017년 한 해의 전체 순이익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출액도 303억400만위안(약 5조2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늘어났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점차 성숙하고 판매가 늘면서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왕촨푸 회장은 "2분기에도 신에너지차 판매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3~244% 증가한 14억5000만~16억5000만위안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테슬라는 1분기 7억달러(약 835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한 45억달러(약 5조3800억원)를 기록했지만, 대규모 적자를 냈다. 마진이 높은 차종인 '모델S'와 '모델X'의 판매가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110% 늘었지만, 두 모델의 합산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5%나 줄어들었다.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자사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반면 비야디는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르며 지난달 말 시가총액 규모로 테슬라를 역전하기도 했다. 4월 29일 종가 기준 비야디의 선전 증시 시총은 1455억위안(약 209억7500만달러), 홍콩 증시 시총은 1661억홍콩달러(약 211억6100만달러)로 둘을 합쳐 시총 417억달러의 테슬라를 넘어선 것이다. 이달 20일 기준으로 테슬라 시총은 368억5000만달러로 비야디(약 361억9000만 달러)를 다시 앞선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슬라에 대해 "미국·중국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어 가격 인하폭을 더 늘려야 하는 데다 화재로 인해 품질 문제가 불거져 전망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고, 비야디가 저렴한 전기차로 중산층을 공략하고 있어 비야디 입지가 계속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체 개발한 기술로만 생산

비야디를 키워낸 왕촨푸 회장은 가난을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8남매 중 일곱째였던 왕 회장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다섯 살 많은 형 부부의 도움으로 공부했다. 막노동을 하며 뒷바라지했던 형은 왕촨푸가 중난대 금속물리화학과에 합격하자 결혼 예물과 살림살이를 팔아 대학을 보냈다고 한다. 왕촨푸는 배터리 분야에 몰두했다. 베이징유색금속연구원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연구원으로 일하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993년 선전의 비커전지유한공사의 사장에 임명됐다.

그가 휴대폰 배터리를 만드는 비야디를 창업한 건 1995년. 현지 언론에 그는 "당시 휴대폰은 대단히 비쌌다. 그럼에도 휴대폰 매장에는 구매자들로 붐볐다. 이를 보며 배터리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야디를 성공으로 이끈 건 기술 개발을 중시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왕촨푸 회장의 경영 방식이었다. 왕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기술자들이 내 자본이다"다. 경쟁 업체들은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며 외국 기술을 도입했지만 왕촨푸는 기술진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제품만 생산·판매하는 전략을 밀어붙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저비용·고효율 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비야디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1997년 매출액 1억위안을 달성했으며 이후 3년간 해마다 100% 성장률을 기록했다.

당시 배터리 업체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니켈수소 전지와 리튬전지 부문 연구에도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비야디는 현재 배터리 분야 세계 2위다. 왕 회장은 2009년 중국 부호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석유 시대의 엑손 모빌 꿈꿔

비야디가 돌연 전기차 사업에 도전한 건 2003년이다. 시안의 친촨자동차 지분 77%를 인수한 뒤 2008년 첫 전기차를 출시했다. 투자자들은 강력히 반대했지만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설득했다. 초기엔 배터리 사업으로 번 돈으로 자동차 사업 적자를 메워야 했다. 그러나 경영 정상화를 이루며 5년여 만에 GM·도요타 등을 앞지르는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도 있었다. 중국은 '신에너지차 정책'으로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규제를 완화했는데, 특히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비야디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크게 받았다. 보조금이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08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야디 주식에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한 것도 호재가 됐다.

비야디는 승용차에만 주력한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달리 버스, 트럭, 지게차, 청소차, 레미콘 등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를 활발히 내놓으며 '미래 차' 시대에 대비해왔다. 덕분에 전기 버스 판매량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100여 개 나라가 비야디 전기 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전기 택시 수출도 활발하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승용차 모델도 속속 내놓고 있다. 가장 싼 모델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최저 6만위안(약 1034만원) 수준이다.

현재로서는 비야디의 전기차 사업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홍콩 증시의 비야디 주가 목표를 기존 50홍콩달러에서 70홍콩달러(약 1만600원)로 상향 조정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비야디 1분기 실적을 보면 이를 극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조금 감소 영향으로 중국의 1분기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32% 줄었지만, 비야디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1만7578대를 기록했다.

왕 회장은 지난해 "2030년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이 100% 전기차 시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왕촨푸 회장은 비야디를 전기차 시대에서 과거 석유를 생산하던 엑손모빌이나 GM처럼 만들려 하고 있다"며 "그 꿈은 전기차 혁명이 얼마나 더 빨리, 많이 확산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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