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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 60년 친구… 연애보다 결혼형 투자 권유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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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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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나는 참모다'… 리더를 빛낸 역사적 인물11명 + 4가지 유형

④친구형: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스 멍거 부회장

담배꽁초 줍는 방식의 버핏 헐값 투자 성장주 위주로 교정
공식 석상 등장 적어 베일 속 인물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이 회사에는 버핏만큼 중요한 인물이 있다. 바로 버핏의 40년 지기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 찰스 멍거(Munger·95) 부회장이다. 그는 '가치 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버핏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멍거와 버핏은 닮은 점이 많다. 그들은 1959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을 때 고향이 오마하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졌다. 멍거는 버핏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가게에서 일한 적도 있다. 아울러 이들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버핏은 자신이 하루 500페이지씩 책을 읽을 때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독서를 즐긴다. 멍거는 증권가에 떠도는 분석 보고서보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철학과 역사 서적을 즐겨 읽는다. 그는 "독서야말로 주식시장 분석 기술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킨다"며 "주식 투자의 성공 비결은 복잡한 재무 공식이 아닌, 기업에 대한 철저한 가치 분석과 상식, 그리고 신뢰"라고 했다.

버핏은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 멍거가 자신의 옳지 못한 투자 습관을 어떻게 바로잡았는지 밝힌 바 있다. 멍거를 만나기 전 버핏은 소위 그저 그런 회사를 아주 헐값에 사는 투자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이를 '담배꽁초 투자기법'(cigar-butt investing)이라 불렀다. 누군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잘만 고르면 공짜로 한두 모금 정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주식 투자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회사를 공짜와 다름없는 헐값에 사서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버핏은 1950년대 담배꽁초 방식으로 투자한 수십 개의 회사들로부터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점차 투자 효과는 떨어졌다. 멍거는 이를 결혼과 연애의 차이로 설명했다. 즉 결혼(=장기 투자)할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은 연애(=단기 투자)할 상대방을 만날 때와 다르다는 것. 이때부터 버핏은 저평가 우량주를 일찍 발굴해 제값을 받을 때까지 장기간 보유한다는 가치투자 원칙을 갖게 됐다.

고향 오마하… 평생 동지로 콤비

투자 면에서 멍거는 버핏보다 조심스럽다. 버핏에 비해 위험을 더 따지고, 기대는 더 낮추는 신중론자다. 가령 버핏이 투자 후보를 열 군데 정도 결정해 멍거에게 맡기면 그는 그중에서 두세 개에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정도다. 멍거는 "투자할 땐 늘 위험부터 고려하라"며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 걸맞은 투자 수익을 고집할 것"을 권한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은 '대량살상용 시한폭탄'으로 비유할 만큼 깎아내린다. 투기세력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찰리(찰스)는 현존하는 그 어떤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거래를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며 "어떤 약점이든 60초 안에 간파해 내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60여년 동안 멍거와 한 번도 논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간혹 이견이 있을 때 멍거는 버핏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그러면 내 의견에 동의할 걸세. 자네는 똑똑하고 나는 옳으니까 말이야." 그만큼 버핏은 멍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멍거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 일등공신이지만, 회사 주총 때만 버핏과 함께 얼굴을 내비칠 뿐 공식 석상에 잘 참석하지 않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주총 때를 비롯해 인터뷰 진행 과정만 봐도 그의 역할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대개 버핏의 답변은 길고 거침없으며 투박하다. 그런 후 옆자리의 멍거를 찾는다. 그러면 멍거는 자연스럽게 1인자의 답변을 거든다. 정곡을 찌르는 추가 답변 아니면 "할 말 없다"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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