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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리는 창업자 대신 공격적 확장… 텐센트를 글로벌기업으로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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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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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나는 참모다'… 리더를 빛낸 역사적 인물11명 + 4가지 유형

②확장형: 텐센트홀딩스의 마틴 라우 대표

IT에만 능숙한 회장 홍콩 상장을 유도 국제적 M&A도 주도
안방 살림 도맡아 4년 만에 매출 1조원


중국 최대 IT(정보기술) 기업인 텐센트를 창립한 마화텅(馬化騰) 텐센트홀딩스 회장의 최대 약점은 수줍은 성격이다. 대중 앞에 나서서 연설하기를 꺼리는 것은 물론, 언론 인터뷰에도 잘 나서지 않는다. IT에는 능숙했지만 이를 전 세계에 알릴 능력이 부족했다. 리더가 낯을 가리다 보니 텐센트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었다. 마틴 라우(劉熾平) 텐센트홀딩스 대표는 마화텅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텐센트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확장형 참모였다.

라우는 2003년 텐센트가 주식시장 상장(IPO)을 준비하면서 마화텅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텐센트는 'QQ메신저'의 성공 덕분에 연간 7억위안(약 120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보수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주식시장에 상장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을 시점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텐센트에 투자하기를 꺼렸다.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붕괴한 지 얼마 안 돼 대다수가 IT 기업 투자에 회의적이었던 데다, 벤처기업인 텐센트의 국제적 지명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홍콩사무소에서 통신·미디어 기업 담당이었던 라우는 홍콩에 먼저 상장할 것을 텐센트에 권유했다. 중국 본토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살릴 수 있고, 당시로선 홍콩 증시가 뉴욕 증시보다는 IT 기업 투자 유치에 조금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텐센트는 라우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새삼 느낀 마화텅은 라우를 텐센트로 영입했다.

디디추싱 등 700개 기업에 투자

라우는 2005년 텐센트의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 입사한 후 사업 확장과 국제 인수합병(M&A) 경험이 없는 마화텅을 대신해 텐센트의 사업 전략 입안과 M&A를 이끌었다. 그는 우선, 텐센트의 기존 서비스를 강화할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텐센트가 당시 인수한 폭스메일(Foxmail)의 창업자 장샤오룽(張小龍)은 추후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 앱인 위챗을 탄생시켰다. 2006년 IT 기업뿐만 아니라 게임, 헬스케어, 유통, 교육 등 주요 성장기업에 전방위로 투자하겠다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마화텅은 장기 비전을 담은 라우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를 지주회사인 텐센트홀딩스의 대표로 임명했다. 현재까지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투자해 대박을 냈던 게임 회사 수퍼셀,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인 다중뎬핑(大衆點評), 중국 3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京東) 등을 포함해 700여 개에 이른다. 그는 지난 2월에도 "투자는 텐센트 그룹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이고, 올해도 투자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라우 대표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확장으로 텐센트의 매출은 그가 취임한 지 4년 만에 100억위안(약 1조7210억원)을 돌파했다. 조직 규모가 가파르게 커지자 그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인사·성과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미국식 성과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내에 분산돼 있던 수십 개의 조직을 업무 중심으로 재편했다.

라우 대표는 지금도 위챗을 제외한 텐센트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마화텅 창업자가 위챗에 집중하는 동안 텐센트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성공 조건 중 전략의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실행력"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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