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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미 없는 비만 유전자 검사

페이 플람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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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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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페이 플람 이코노미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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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적정 체중을 쉽게 유지하지만, 누군가는 군살 없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체격의 다른 사람보다 훨씬 힘들어한다. 여태 수많은 다이어트 이론에서 나타나는 개인별 차이는 그저 '체질적인 문제'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모호함을 좀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증명해 줄 요소로 유전적 특징에 주목해왔다. 비만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자 탓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세포 관련 학회지에 실린 '비만 유전자' 관련 내용은 흥미롭다. 해당 연구진은 30만명 유전자를 분석해 이들의 비만 위험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유전자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비만 위험도가 상위 10%에 속하는 고위험군 가운데 실제 비만인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인 가운데 40%가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치다. 고위험군 가운데 17%는 비만은커녕 과체중에도 속하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비만에 심각할 정도로 취약한 성질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실제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절반 이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과학적으로 연관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전자 조사 결과,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미리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 비만 유전자 검사는 이렇게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소비자는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됐다. 한창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녀에게 부모나 의사가 비만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내밀며 '너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살이 찌기 쉽단다'라고 말하면 이들은 과연 '이 조사는 신뢰도가 떨어지니 상관없다'고 생각할까. 예민한 10대들은 실제로 비만이 아닌데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자라야 할 시기에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로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하다가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거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는 비만보다 기대 수명을 더 줄어들게 만드는 위험한 질병이다. 섣불리 비만 유전자 검사에 나섰다가는 도리어 해를 입을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과학계와 의학계는 연구 결과를 통해 비만이 운동량, 식습관과 같은 생활 방식의 결과물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체중은 날 때부터 유전자로 결정된다'고 믿게 된다면 아무도 다이어트를 시도하려 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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