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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뒤흔든 日 젠린, 35년 전부터 디지털 지도 준비

하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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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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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린’의 다카야마 젠시(高山善司) 사장. / 블룸버그
‘젠린’의 다카야마 젠시(高山善司) 사장. / 블룸버그
일본 최대 지도 기업인 젠린은 주택지도로 명성을 떨치다가 디지털 지도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래서 젠린의 진가를 알아본 글로벌 기업들이 2000년대부터 잇따라 사업 파트너로 손을 내밀었다. 젠린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일본판 구글지도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네덜란드 지도 기업 톰톰, 올해 3월에는 미국 맵박스와 사업 제휴에 나섰다.

젠린은 일본 지도 데이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평범한 주택지도 업체에서 글로벌 지도 기업으로의 도약은 디지털 시대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기폭제가 됐다. 젠린은 1984년부터 기존 종이지도의 방대한 정보를 전자시스템으로 전환해 디지털 지도 사업을 준비했다. 이후 1990년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을 기회로 삼았다. 1980년대 지도 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설비 시스템의 자체 개발에 과감히 투자했고 이러한 선행투자가 사업 성공으로 이어졌다.

젠린의 혁신은 2008년부터 다카야마 젠시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1948년 창업한 젠린의 70여년 역사상 첫 비(非)창업가 가문 출신 사장이다. 그는 젠린의 데이터베이스 강점을 살린 다양한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드론 주행용 하늘지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지도 로고 티셔츠·문구류 등 지도 디자인 상품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다카야마 사장이 이끄는 젠린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 수집 방법. 전방위 레이저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탑재한 자체 개발 측정 차량으로 정확한 최신 공간 정보를 수집한다. 젠린은 좌·우측 차선과 일방통행 여부까지 꼼꼼히 기록한다. 게다가 일본 전역에 70여 곳의 조사 거점을 두고 1000여명에 달하는 조사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매일 현지조사를 실시해 눈으로 직접 보고 조사한 데이터로 정보를 수정·보완해 탄탄한 지도 데이터를 구축한다. 이러한 인해전술은 언뜻 첨단시대에 역행한 듯 보이지만 정확도 면에서 타사를 압도하며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카야마 사장은 또 주택 지도 데이터와 각종 통계 데이터 등을 조합해 만든 지리정보 서비스로 대기업과 관공서·지자체, 부동산·건설업계 등에 판로를 뚫어 안정된 수익을 확보했다. 고정밀 입체 지도를 만들어 자동차용 지도 사업에도 진출했는데, 지난 2016년 도요타자동차 등이 출자한 지도 플랫폼 '다이내믹 지도기반'에도 참가했다.

다카야마 사장은 "구글 등 글로벌 지도 업체들이 자체 지도 제작에 나서는 건 수년 전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면서 "구글지도처럼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지도 서비스는 수익 면에서 한계가 있어 우리가 가진 지도 데이터베이스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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