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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학교가 바다 위에 있네… 구글發 지도 전쟁 터졌다

이위재 차장 | 하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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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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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도 오류 계기, 유럽 히어·美 맵박스 등 "1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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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지난 3월 하순 일본에서 구글지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도로 표기가 없거나 바다 위에 학교가 표기되는 등 황당한 지도정보 오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혼란의 배경에는 구글지도가 사용하는 '지도 데이터'가 있었다. 일본판 구글지도는 2005년부터 일본 최대 지도회사인 젠린(Zenrin)에서 지도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21일 이후 구글지도 하단의 저작권 표기인 'Zenrin'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구글이 타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의 기술과 축적된 정보만으로 독자적인 구글지도 사업에 나섰다가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전문지 '경제계'는 "구글이 젠린에서 제공받는 지도 데이터양을 큰 폭으로 줄이는 계약 변경 후 곧바로 일본 내 디지털 지도 오류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국 애플도 지난 2012년 아이폰에 탑재된 지도 서비스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자 내부 데이터 수집을 강화하며 개선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구글지도, 이용료 줄이려 자체 제작

구글지도는 전 세계 이용자수가 10억명에 이르는 일상생활 속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젠린처럼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지도업체에서 일부 지도 데이터를 제공받는 대가로 연간 수십억달러의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구글은 타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지도 서비스 운영을 위해 2008년부터 '그라운드 트루스 프로젝트(Ground Truth Project)'를 가동했다. 세계 각지에서 촬영해 수집한 구글스트리트뷰와 구글어스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 데이터와 사용자의 경로검색 데이터를 조합해 곧바로 지도를 자동 생성토록 하는 시스템 개발에 투자했다. 여기에 '로컬가이드' 시스템도 도입해 특정 점포의 세부 정보를 사용자가 직접 지도 데이터에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구글지도 일본판에 오류가 나타나기 이틀 전인 3월 19일, 일본 최대 지도업체 젠린과의 제휴를 발표한 또 다른 디지털 지도업체가 있었다. 미국의 디지털 지도 플랫폼 업체인 맵박스(Mapbox)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설립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017년 약 180억엔을 투자한 벤처기업이다. 2010년 설립된 맵박스는 설립 5년 만에 테슬라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공급하기도 했다.

손정의 회장과 구글이 '지도 데이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지도 데이터가 앱 이용의 편의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충돌 사고 없이 도로를 주행하기 위해선 일반적인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지도보다는 차선의 너비나 도로의 기복, 터널 내 높이 제한 등을 포함한 입체 지도가 필수다. 자율주행 차량의 실현을 목표로 전략 재편에 나선 구글과 손정의 회장으로서는 고정밀 지도 정보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구글은 2010년부터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나섰다. 약 10년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기 시작해 지난해 12월에는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웨이모(Waymo)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의 시범 운영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도 최근 몇 년간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등 차량공유업체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자동차용 지도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5년 1억7900만달러에서 2030년에는 201억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부상하는 구글지도 대항마들

그동안 세계 디지털 지도 시장은 구글이 독점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글과 함께 세계 3대 지도업체로 꼽히는 유럽의 히어(Hear)와 톰톰(TomTom)은 자동차 부문의 디지털 정밀 지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지도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히어는 2015년 독일의 자동차 3사 연합(다임러·BMW·아우디) 산하로 편입됐는데, 자동차 내비게이션용 지도 데이터 부문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한다. 1991년 설립된 네덜란드의 톰톰은 히어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자동차용 고정밀 3차원 디지털 지도 사업에 집중해 이 부문의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톰톰 입체지도의 오차는 약 10cm에 불과하다. 일본의 닛산·스바루, 미국의 우버 등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톰톰의 아란 디 타이에 디지털 지도 사업 임원은 "톰톰의 강점은 유럽 전역에서 주행하는 차량들에서 실시간 교통정보를 모아 1시간당 최대 200만건 이상의 교통 지도 자동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라면서 "내비게이션용 지도 데이터는 갱신 주기를 1주일에 1회에서 1시간당 1회로 대폭 개선했다"고 말했다.

파급효과 커 황금알 낳는 지도 사업

'지도판 위키피디아'로 불리는 오픈스트리트맵(OSM)도 가동 중이다. 2004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OSM은 이용자들이 십시일반 지도 정보를 덧보태는 오픈소스 기반의 글로벌 지도 플랫폼이다. 여기에는 MS·페이스북·도요타자동차·소프트뱅크 등 기존 업체뿐 아니라 에어비앤비와 우버, 테슬라 등 신흥 기업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맵박스는 이 OSM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016년 혼다·닛산 등과 손잡고 고정밀 3차원 지도 제작 플랫폼인 다이내믹지도기반(DMP)을 설립했다.

디지털 지도는 정보가 곧 돈이 되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새로운 금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까지 지도 비즈니스 시장은 약 4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 일본 경제 조사기관인 야노경제연구소도 일본 내 위치·지도정보 관련 시장이 디지털 지도와 각종 위치정보앱 시장의 성장에 따라 2014년 634억엔에서 2018년에는 934억엔(약 9860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지도 데이터는 자동차용 길 안내나 지도 검색뿐만 아니라 다른 수익 창출 잠재력도 크다. 예를 들어 위치정보 앱은 교통뿐만 아니라 여행·관광·SNS마케팅·차량관리 등 응용 분야가 폭넓다. 구글지도의 경우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도상의 유명 레스토랑과 함께 인기 메뉴 사진이 나란히 표기되는 서비스다. 맛집 정보 앱인 옐프(YELP)나 여행 검색앱 트립어드바이저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했다.

그래서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이 위치정보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갖춰야 한다. 구글이 검색 사이트에서 축적된 이용자들의 검색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창출한 것처럼 주행 중 얻은 지도 정보와 고객 데이터에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디지털 지도 부문에서 최대 시장은 13억 인구의 중국이다. 하지만 규제가 심해 구글지도 등 해외업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해외업체들은 중국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톰톰은 중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바이두와 제휴했다. 톰톰의 고정밀 지도와 바이두의 지도 제작 기술을 조합해 중국 디지털 지도 시장을 공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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