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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14년' 기업엔 감세, 개인에는 더 감세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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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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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미·중·독·일·한국 지도자의 조세·재정 정책

10% 내린 법인세 추가 10% 더 내려
19% 세율이 목표… 여행세까지 폐지


"세금 개혁에 독일의 존망이 달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005년 취임한 이후 14년째 독일의 미래를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포함한 대대적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 취임 직후 독일의 법인세는 지자체가 법인세에 추가로 부가하는 영업세와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실질적으로 38.31%에 달했다. 현재 이 수치는 29%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메르켈 총리는 여기서 10%를 추가로 낮춰 실질 법인세를 19% 선까지 떨어뜨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조세 회피처'로 빠져나가거나,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독일은 중소기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출의 83%는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를 포함한 대기업이 주도한다. 독일 경제를 지탱해 주는 가장 큰 버팀목인 수출 경기를 유지하고, 사회복지를 위해 안정적 세수를 확보하려면 이들을 독일에 머무르게 만드는 세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독일 법인세는 영업세와 지방세를 빼면 15% 수준으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낮아보인다. 하지만 이를 합쳐 실제 기업이 내야 할 세금을 산정해보면 29% 수준으로 미국(21%)과 유럽연합(EU) 평균치(21%)는 물론 중국(25%)보다도 높다. 이웃 국가 폴란드의 법인세율은 메르켈 총리가 목표로 하는 낮은 수준(19%)인데도 지난해 5.1%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 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인접국의 법인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굳이 비싼 법인세를 내가면서 독일에 공장을 둬야 할 이유가 없다.

당장 지난해 11월 독일 산업생산지수가 전달보다 1.9% 급감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메르켈 총리의 오른팔이라는 페터 알트마이어 연방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올해 1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업에 대한 세금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 도입 통일연대세 내년부터 안 받아

기업이 아닌 개인에 대한 감세 기조는 더욱 급진적이다. 메르켈 총리는 2016년 4연임에 성공하면서 최대 300억유로(약 39조3100억원)에 달하는 소득세 인하 정책을 내놨다.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을 현행 연간 5만4000유로 이상에서 6만유로로 10% 이상 높이고,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추가로 세금을 공제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낙후한 옛 동독 지역을 살리기 위해 1990년 도입한 통일연대세(소득세의 5.5%를 추가 부담)를 내년 이후 받지 않기로 했다.

관광 산업을 포함한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행세'를 폐지한 것도 대표적 메르켈 4기 내각의 감세 정책 가운데 하나다. 독일은 2011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가 유럽을 휩쓸 무렵 매년 10억유로(약 1조3100억원)를 거둬들이는 여행세를 도입했다. 관광객들이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려면 티켓을 구매할 때 목적지에 따라 추가로 7.50~42.18유로(약 9800~5만5000원)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독일 항공 산업과 여행업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폐지했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분석에 따르면 여행세 폐지로 2018년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37억유로(약 4조8260억원) 늘어나고 일자리 수천 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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