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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디올이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나서는 이유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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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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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안드레아 펠스테드 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최근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거액 기부를 약속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과 구찌·생로랑 등이 속한 케링 그룹, 그리고 그 창업자들의 진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패션 산업은 프랑스 국내총생산의 2.7%를 창출하며, 프랑스 상장 기업 중 40개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CAC 40 주가지수의 19.8%를 차지한다. 프랑스 경제를 이끄는 선도 기업들이 국가의 상징적인 문화 유산 보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만약 코코 샤넬이 이제 막 파리에서 모자 가게를 열기 시작한 100년 전쯤에 이 화재가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이 분명 성당 복원에 팔을 걷어붙여야만 하는 이유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과거와 달리 최고급 명품을 파는 일의 성격이 변했다. 명품 브랜드의 성패가 세련된 최신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그 밖의 다른 요소들에 달려 있는 시대다. 패션과 예술, 여행, 문화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 모든 요소를 한데 갖추고 있어야만 명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은 필수다. LVMH는 이미 2016년 파리에 현대 미술 센터를 지었으며, 상당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예술 복원에 관여하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기부함으로써 명품업체는 아름다운 유산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이유는 랜드마크가 가진 중요성이다. 앞서 LVMH에 속한 펜디는 로마의 관광 명소 트레비 분수를 수리하는 데 200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자매 브랜드인 불가리는 로마의 스페인 계단을 수리하는 데 170만달러를 쾌척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가죽 제품 브랜드인 토즈는 콜로세움 복원에 무려 2800만달러를 지원했다. 랜드마크 복원에 특히 명품업체들이 이타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왜일까. 기부를 통해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 펜디는 트레비 분수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토즈는 콜로세움 입장권 뒷면에 로고를 새겼다. 패션쇼까지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복원된 노트르담 대성당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절박함도 있다. 파리는 중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다. 중국인은 명품 구입량으로 세계 1위이다. LVMH와 케링 그룹의 매출 중 3분의 1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나온다. 파리가 보존되어야 관광객 수가 유지되며 이는 명품 판매량과도 직결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건되고 나면 명품업체들은 그들이 내놓은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들의 공로는 대단한 것이지만, 사업상으로도 이치에 맞는 결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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