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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간 미국 상선산업을 파괴한 보호주의 '존스법'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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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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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
미국 선박만이 자국 항구를 오가며 상품을 운송할 수 있도록 한 상선법은 1920년 제정 이후 오랫동안 미국 경제의 걸림돌이 돼 왔다. 내년 이 법이 100주년을 맞는다. 상선법은 미국의 해운 산업을 파괴했고 미국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환경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지난 99년간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면 이제는 다른 것을 시도할 때가 됐다.

1920년 미국 의회는 해운 산업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일명 '존스법'이라는 상선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항구를 오가며 물건을 선적하는 배는 반드시 미국제 주요 부품을 사용해 미국에서 조립된 것이어야만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인이 배 소유권의 75%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선원도 미국인이어야만 한다. 만약 미국 국적 배를 해외에서 수리할 경우 비용의 50%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규정도 있다.

한 국가 내 두 항구 사이를 오가는 선적물을 '캐버티지'라고 부른다. 세계경제포럼은 존스법을 세계에서 가장 제한적인 캐버티지법으로 명명했다. OECD는 해양 산업 규제 부문에서 미국을 중국·인도네시아 다음으로 경직된 나라로 보고 있다.

선박 하루 운용 비용, 외국의 3배

그동안 존스법은 미국 경제에 보호주의라는 큰 걸림돌이었다. 또한 작년 카토(Cato) 연구소가 연구 논문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 안보에도 점점 더 무용해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존스법을 준수하는 1000t 이상의 미국 선박은 193척에서 88척으로 줄었다. 2002~2003년 미군이 페르시아만에 물자를 보낼 때 동원된 배 중 미국 상업 선박은 6.3%에 불과했고 외국 선박은 훨씬 많은 16%였다.

대신 미국 내 선박 제조와 선적 비용은 터무니없이 높아지기만 했다. 미국에서 컨테이너선을 만들면 1억9000만~2억5000만달러가 드는데, 외국제 선박은 약 3000만달러면 충분하다. 존스법을 준수해 만들어진 배가 너무 비싸다 보니 소유주들은 배가 수명을 다해도 교체하지 않는다. 선박이 경제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수명을 약 20년으로 보는데, 존스법을 따르는 배의 65% 이상이 만들어진 지 3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높은 제조 비용으로 인해 미국이 2014~2016년 건조한 선박은 총 100만t에 미치지 않는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은 합쳐서 총 1억4000만t이나 생산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미국 선박의 하루 운영 비용은 외국 선박의 3배에 가깝다. 승무원 임금은 약 5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걸프만에서 미국 북동부로 원유를 운송할 때 외국 배를 이용하면 배럴당 2달러가 들지만 미국 배를 이용하면 배럴당 5~6달러나 든다.

미국 해안과 오대호의 선적 비용이 워낙 높다 보니 1960년 이후 바다를 통해 운송되는 미국 상품의 양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철도 화물은 50%, 트럭 화물은 200% 이상 증가했다. 만약 존스법이 폐지된다면 많은 물품을 수로로 더 저렴하게 운송할 수 있을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구호물품 전달도 방해

존스법은 기업들이 육로 운송을 택하도록 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켰다. 미국 고속도로 교통 체증도 심화됐다. 더욱이 트럭·철도·항공 운송은 화물선 이용보다 이산화탄소를 최대 145배나 더 배출한다.

이 법의 해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통하는 육로가 없는 미국의 자치령 푸에리토리코는 특히 비싼 대가를 치른다. 존스법을 따르는 소수 선박밖에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가 이 섬을 덮쳤을 때 존스법을 10일간 유예했지만 외국 선박들이 필요한 구호 물자를 충분히 가져다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 선박과 선원들이 매일 미국 항구에 입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용 선박의 선원들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인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인한 비용과 피해를 고려한다면 환경 보호론자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난 99년 동안 미국의 상선 산업을 파괴한 존스법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이런 보호주의 법이 사라진다면 미국의 조선 산업은 정상화될 것이고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존스법이 오래 남아 있을수록 미국의 상선은 더 비싸지고 더 쇠퇴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해로운 보호주의 법의 내년 100주년을 축하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배' 밖으로 과감히 던져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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