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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의 長打 비결

김기훈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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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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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다. 뒤에는 미국 ABC방송의 기자와 근육질 카메라맨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골프의 전설'에게서 최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야 했다.

2006년 6월 22일 어둠이 깃드는 뉴욕 센트럴 파크의 레스토랑 '테번 온 더 그린'. 나는 아널드 파머(1929~2016)와 마주 앉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시간이 없으니 단문단답으로 합시다." 파머가 흔쾌히 동의했다.

한국인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장타(長打)라고 생각했다. "장타(long distance shot)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가 반문했다. "Long drive?" (나는 금세 깨달았다. 프로들에게 장타는 드라이버 골프채와 관련되며, 아이언 채로 장타 자랑을 하면 아마추어라는 것을.) 파머가 말을 이었다. "기본에 충실해야지." 한마디뿐이었다. "답변이 너무 짧습니다." "자네가 단문단답이라 하지 않았나." 웃음이 나왔다. "조금 더 길게~." 그도 웃으며 긴장이 풀어졌다.

"골프를 잘 치려면 스탠스, 그립, 스윙 등 기본이 모두 좋아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힘도 아주 좋아졌고, 골프채도 내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 훌륭해져서 장타들이 더 잘 나옵니다."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다른 비결은?" 채근하자 파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젊은 골퍼에게나 나이 든 골퍼에게나 골프는 정신적 측면이 강합니다. 장타를 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를 갖고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난 젊은 시절부터 투어가 시작되기 전에 언제나 노먼 빈센트 필의 책 '긍정적 사고의 힘'을 읽고 나갔어요. 그 덕택에 자신감을 좀 더 내 안에 채우고 경기에 나갈 수 있었죠."

파머는 1954년에 프로 데뷔한 이래 각종 대회에서 92차례 우승했다. 파머가 4차례 우승한 마스터스 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 15일 5차례 우승하며 11년 만에 미국프로골프 메이저대회 정상에 복귀했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차로 메이저 첫 우승을 장식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린 지 22년 만이다. 오랜 슬럼프 속에서 단련되어 그를 부활시킨 정신력은 얼마나 강할까. 태평양을 건너 미주 대륙에, 중앙아시아 초원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장타를 쳐야 하는 한국 경영자들이 위험과 고통을 넘어가는 비결은 '긍정적 사고의 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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