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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삭감하면 오히려 일자리 늘릴 수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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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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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Policy]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알베르토 알레시나 하버드대 정치경제학 교수가 경제학자 2명과 공동 집필한 책 '긴축(Austerity)'의 핵심 결론은 큰 정부를 주장하는 케인스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모두 싫어할 내용이다. 국가 재정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 삭감이 소득, 고용 측면에서 세금 인상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른바 팽창적 긴축(expansionary austerity) 이론의 한 줄기다.'긴축'은 수십년간 연구가 축적된 학문적 성취물이다. 알레시나는 1970년대부터 2014년까지 16개국 선진국을 대상으로 최첨단 실증 연구를 통해 단일 국가만을 분석했을 때 얻을 수 없는 교훈을 도출해냈다. 책은 '긴축'이라는 용어 정의로 시작한다. 알레시나는 '긴축은 정부 부채의 상당한 감소 혹은 정부 부채의 안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 지출 삭감 혹은 세금 인상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는 정책을 가리킨다'고 썼다.

90년대 캐나다·스페인이 실증 사례

긴축은 정부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기가 후퇴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큰 규모의 비효율적인 경제에서는 잘 설계된 재정 감축만으로도 경기 확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알레시나도 이렇게 주장한다. 실제 1980년대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일랜드와 1990년대 스페인, 캐나다, 스웨덴에서 재정 감축으로 경제성장을 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 책 내용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통화 가치 평가절하, 인플레이션, 재정 억압 등 지속 불가능한 부채를 해결하는 접근법에 대한 논의가 더 포함되었어야 했다. 심각한 부채 위기에 처한 국가의 재정 축소보다 이러한 선택들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예상 외로 선진국들은 이러한 조치를 더 많이 사용했고, 이는 통상적 의미 긴축과 다르다. 그래서 알리시나의 팽창적 긴축 이론은 상당한 실증적 근거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팽창적 긴축 이론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알레시나가 과거 연구를 답습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자신이 충분히 연구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선입견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들은 케인스 교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비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표현할 권리가 있다.

케인스식 적극적 경기 부양책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사용됐다. 그러나 케인스주의자들이 서브프라임 부채(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통해 부채 부담을 낮추는 보완적 위기 극복 방안을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긴축'에 대해 논한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예를 들어 케인스 전문가인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교수는 긴축을 통해 정부가 늘어나는 부채의 만기를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무시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긴축적 팽창 이론은 정책 대안으로 홀대받았다. 이탈리아는 2008년 이후 팽창적 긴축에 가장 적합한 후보지였지만 이러한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팽창적 긴축 정책을 제대로 시행한 나라는 아일랜드와 영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대다수 케인스주의자는 영국이 두 번째 불경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에 (EU 평균보다 2%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1%에서 2013년 (EU 평균보다 4%포인트 높은) 3.5%로 올랐다.

많은 평론가는 알레시나 책 제목만 보고 긴축 자체를 사랑하는 신자유주의자가 쓴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염병을 다루는 의사가 전염병을 사랑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만약 두 번째 단락까지만 읽는다면 이 책의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평소 적절한 재정정책을 펼쳤다면 우리는 절대 긴축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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