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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또 다른 해양 야망, 해저 케이블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前 나토(NATO)군 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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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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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前 나토(NATO)군 총사령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前 나토(NATO)군 총사령관
서방이 중국의 해상 야망에 따른 위협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남중국해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지역은 엄청난 천연자원과 세계 선박 무역의 40%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남중국해가 중국 해상 야심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은 해저 케이블 구축에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해저 케이블은 통신 전송을 위해 해양의 바닥에 설치한 도선들의 묶음을 말한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중국의 야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해저 면을 내려다봐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인공위성이 인터넷의 심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정보를 이동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380개의 해저 케이블이다. 해저 케이블은 대륙을 넘나드는 음성·데이터 트래픽의 95%를 전송하고 있다. 이는 주로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이 구축했다. 적들이 정보를 빼가지 못하도록 설치됐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을 포함한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러한 케이블을 임차하거나 구매해 사용한다.

현재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해저 네트워크용 자회사인 '화웨이 마린 네트워크'를 통해 100여개의 해저 케이블을 짓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브라질과 카메룬을 잇는 약 6000km의 해저 케이블 사업을 완성했다. 경쟁사들은 중국 기업이 정부 보조금 덕분에 더 낮은 견적 책정이 가능해 케이블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가 '백도어(인위적으로 만든 정보 유출 통로)'가 설치된 통신장비를 이용해 중국 정부에 기밀을 빼돌리는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며 5G 사업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할 것을 노골적으로 국제사회에 요구한 것처럼 정보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해상 케이블 구축에도 반대한다.

백도어가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잠수함은 해저 케이블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아울러 수천개의 지상 케이블 스테이션 역시 접근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실질적 증거를 잡게 되면 5G 도입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 화웨이 해저 케이블 구축을 금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호주 정보 당국이 지난 2017년 6월 시드니와 솔로몬군도를 연결하는 약 4023km 길이의 해저 케이블 구축 사업을 무산시켰다.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 표면에서 제기하는 문제만큼 해저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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