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의류 대여 사업이 패션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안드레아 펠스테드 前파이낸셜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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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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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Column]


안드레아 펠스테드 前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안드레아 펠스테드 前파이낸셜타임스 기자
패션 유행이 눈 깜짝할 새 바뀌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일상화되자 소비자들이 옷을 한 번 입고 버리는 경향이 커졌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린 뒤 다시는 그 옷을 찾지 않는다. 심지어 입었던 옷을 반품해 환불받는 얌체족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대여(렌털) 서비스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명품 등 고가 의류를 대여해주는 업체는 꽤 있지만, 중저가 의류에도 이러한 전략을 이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떻게 보면 의류업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대여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옷을 안 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H&M은 대여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고, 미국 의류 업체 익스프레스(Express)는 이미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의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반면 대여 서비스할 경우 소비자들이 더 과감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계절 지난 상품을 엄청난 할인을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 대여가 마진율도 높다.

환불을 일삼는 얌체족 문제도 해결해 준다. 한 데이터 조사 회사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 20%는 구매한 옷을 단기간 사용한 뒤, 환불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은 이러한 얌체족이 전체 환불 중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명품이 아닌 일상복을 소비자가 과연 빌릴 수 있을까. 일상복은 구매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빌리는 비용이 적절해야 한다.

영국 스타트업 하이어스트리트(Hirestreet)는 10파운드(약 1만5000원)에 의류 업체 자라(ZARA) 등의 중저가 브랜드 옷을 열흘간 빌려준다. 이 회사는 현재 재고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류 대여 업체 카스틀(CaaStle)은 익스프레스, 아메리칸 이글, 앤테일러 등의 옷을 월간 정액료를 통해 대여한다. 크리스틴 헌시커 카스틀 최고경영자(CEO)는 "의류 대여 사업의 마진율은 중저가 의류 업체보다 높은 25%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류 대여 사업 자체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글로벌데이터는 "미국의 의류 대여 사업은 2028년 44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전체 의류 업계의 고작 0.9% 수준이다. 의류 대여 사업이 성장하더라도 시장 판도를 흔들긴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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