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iew & Outlook

정치 분열과 갈등 탓에 장기 성장이 불확실한 세계 경제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 0
  • 0
입력 2019.03.29 03:00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WEEKLY BIZ Column]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세계 경제는 널리 퍼진 불확실성 때문에 상당히 취약해지고 있다.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다. 로런스 라우 스탠퍼드대 교수가 분석했듯, 미·중 무역 갈등은 양국에 미치는 고관세 영향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해온 세계 경제 체제를 의심하기 시작한 사건이기 때문에 미국, 중국과 거래하는 모든 무역 상대국에서 투자 감소가 생긴다.

중국 시장개입 점점 심해져

더욱이 중국 정부는 시장경제에 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구직자가 국영기업을 선호하는 성향이 커졌다. 중국 은행도 사기업보다 국영기업에 대출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사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졌고, 폐업률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정기적 정책을 통해 국영기업과 사기업의 비대칭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은 양적완화(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를 멈추고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미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건설·채광 산업의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면, 서비스 산업의 채용은 늘어나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산성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장기 성장 전망은 어둡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직자가 능력에 맞는 직업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 육체 노동자가 서비스업으로 이직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크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아니면 새로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IT 기업에 대한 독점금지법부터 건강보험, 조세 개혁 등 정책적 변수가 너무나도 크다.

마크롱·메르켈 등 개혁 세력 수세 몰려

유럽도 다르지 않다. 국가주의와 포퓰리즘이 부상하면서, 현 정권에 반대하는 정당이 각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힘을 잃은 유럽연합(EU)은 구조 개혁을 할 수 없어 보인다. 유일하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러한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데, 모두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5월이 되면 유럽의회 선거에 이목이 몰릴 것이다. 이는 급진적 인사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영국은 EU 탈퇴로 유럽 정치 지형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을 지폈다.

유럽은 경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중국과 무역하는 비중이 컸던 독일의 불황으로 유럽 전역이 흔들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20년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32%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 정책과 관련해 EU와 대립했지만, 장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탈리아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40%로 다시 올랐기 때문에 재정 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유럽은 다른 강대국에 비해 혁신과 디지털 기술 도입 면에서 뒤처졌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자체는 세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이기도 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사회 계층을 분리하고, 민주주의 선거에 악용되고 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선진국에서 소득 양극화 등 경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요인으로 SNS가 꼽힌다.

불확실성 높아 저성장 계속될 듯

세계적으로 보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흥국이 급부상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디지털 기술 때문에 산업 및 세계 공급 체인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세계 무역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화 및 서비스를 주로 수입하는 국가와 수출하는 국가의 처지가 서로 바뀌고 있다. 전 세계 운영 규칙이 필요하지만, 현존하는 국제기구는 이러한 변화를 스스로 추진할 힘이 부족하고 세계 경제 대국도 나설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추세가 합쳐져 또 다른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경우든 급진적인 불확실성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투자자·소비자·정부는 주의해야 한다. 다만, 너무 조심하다 보면 기업과 정부가 새로운 기술 등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현재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각국 정부와 기관이 장기 성장에 의심을 품고 있는 이상 저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위로가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