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규율로 年 20% 수익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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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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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규율 속에 혁신하는 대기업 경영자들
④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많은 사람이 실패하지 않는 투자 법칙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장기간 통하는 투자 법칙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타임머신이 생겨 1970년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 주식의 문외한이라면 큰 고민 없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세운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사고 묻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주가는 지난 40여년간 연평균 2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우량주 중심의 S&P 500지수가 연 8%쯤 올랐으니 수익률이 시장의 2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버핏 회장의 '가치 투자 전략'이 이처럼 장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요인 중 하나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엄격한 규율을 꼽는다. 버핏 회장은 4년 전 CN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식은 항상 오르락내리락하고, 당신에게 유리한 게임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기지 못하는 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당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엄격한 규율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지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투기 광풍 속에서도 자기 원칙 고수

버핏의 엄격한 규율이 진면목을 보였던 순간 중 하나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내면서 미국 월스트리트는 물론 워싱턴 정가마저 혼란에 휩싸였을 당시 그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을 사시오(Buy American, I am)'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썼다. 모두가 주식을 팔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시기였다.

버핏은 기고문에서 "남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는 것이 투자 원칙"이라며 "한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는 반드시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골드만삭스·제너럴일렉트릭 등 위기를 맞은 우량기업의 주식을 꿋꿋이 사들였다. 시장의 변화에 감정이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 판단과 자기 규율에 따라 종목을 선택해 투자를 한 것이다.

결국 이 기업들의 주가는 2010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버핏 회장은 100억달러 이상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규율 있는 투자 전략 덕택에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 역시 금융 위기 이후 최근까지 4배 가까이 올랐다.

버핏이 강조하는 또 다른 규율 중 하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 IT 기업 투자 광풍이 불며 벼락부자가 속출할 때도 그는 열풍에 편승하기를 거부했다. 도리어 닷컴 거품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미 경제는 반드시 침체할 것'이라고 썼다. 이듬해 닷컴 거품 붕괴와 9·11테러로 미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규율과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원칙이 모든 순간에 큰 수익을 안겨다 준 것은 아니다. 그는 아마존·구글 등 IT 공룡에 일찍이 투자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다 보니 투자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비트코인 투기 등 새로운 광풍이 불 때에도 투자 대상 선정에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며, 엄선한 종목을 가능한 한평생 보유한다는 장기 투자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 덕에 수많은 위험과 풍파를 거치면서도 장기 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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