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Cover Story

'늑장 리콜' 부회장 날리고…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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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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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규율 속에 혁신하는 대기업 경영자들
① 메리 바라 GM 회장


미국 자동차 업계의 간판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보행 중 스마트폰 금지령'을 내렸다. 자동차를 조립하는 공장 내 생산직 직원은 물론, 디트로이트 본사 사무직 직원들도 건물 안에선 보행 중에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였다. 가령 직원들이 회의실로 향하는 도중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탕비실에 커피를 마시러 갈 때 휴대폰을 쳐다보며 걷다 상사나 인사부 직원에게 이 모습을 들키게 되면 주의 조치를 받게 된다.

이 독특한 규정은 메리 바라 GM 회장이 엄격한 안전 규정을 강조하면서 생겨났다. 조금 과해 보일 수 있는 이 금지령이 발표되자 내부에선 "사무직엔 불필요한 조치다" "스마트폰 사용은 생산성을 높인다" 등 반대 의견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GM 경영진은 "장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강행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금지령은 바라 회장의 '규율 경영'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5년 전 GM 회장으로 취임한 바라 회장은 GM의 방만했던 공룡 체질을 확 바꾸려 기회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와 규율을 강조해왔다.

바라 회장의 규율 경영이 대외적으로 첫 성과를 보였던 것은 2014년 리콜 사태 때였다. 당시 GM이 쉐보레 코발트 차량의 결함을 알고도 10년 넘게 이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GM은 260만대나 되는 차량을 리콜해야 했다. 이 결함으로 최소 13명이 사망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리콜이 결정될 때까지만 해도 GM은 조사에 소극적이었고 법률적 대응을 통해서 소송이 커지는 것만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바라 회장은 리콜 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보다 조직의 규율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 방침을 180도 바꿨다. 늑장 리콜의 책임을 물어 부회장 등 직원 15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피해자들에겐 적극적인 보상금을 줬다. "회사가 왜 잘못을 했는지를 조사할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던졌고, 이 사태 이후 2015~2016년 쉐보레 판매량이 오히려 눈에 띄게 늘어났다.

비대한 몸집은 과감히 수술

GM이 수년에 걸쳐 실시 중인 가혹한 구조조정 역시 바라 회장의 '규율 경영'을 잘 보여준다. 바라 회장은 취임 이후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인도 공장을 정리했다. 유럽 자회사 오펠은 푸조시트로앵그룹(PSA)에 매각하는 등 여러 차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과거처럼 덩치에만 치중한 나머지 적자 사업장을 방치했다간 또다시 구제금융을 받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라 회장은 최근 판매 실적이 부진한 쉐보레 볼트와 크루즈도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GM 내부에서 두 모델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다음 해인 2009년 구제금융을 받은 GM을 부활시킨 상징처럼 여겨졌었다. 그러나 바라 회장의 눈에 두 모델은 적자 상품에 불과했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과감하게 두 모델의 판매 중단을 결단했다.

바라 회장의 '규율 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최근에도 전 세계 공장 7곳을 폐쇄하고 1만4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엄격한 '규율 경영'은 미래 투자의 재원으로 쓰인다. GM은 내년까지 60억달러의 비용을 아껴 전기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에 쓸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혼다와 합작투자를 통해 이르면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와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탄소배출량, 교통사고, 교통체증 세 가지를 없애는 '제로 제로 제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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